‘미세먼지 재난’ 발등에 불 떨어진 여야…선거개혁 패스트트랙 추진 [여의도 요지경]

‘미세먼지 재난’ 발등에 불 떨어진 여야…선거개혁 패스트트랙 추진 [여의도 요지경]

기사승인 2019-03-09 04:00:00

여야 대치로 두 달째 공전 중이던 국회가 7일 올해 들어 처음 문을 열고 3월 임시국회 일정에 돌입했다. ‘미세먼지’ 관련법, 선거법 개편 등 장기간 산적한 쟁점 현안들이 쏟아지면서 이번 주(3월4~3월8일) 국회는 연일 바쁘게 돌아갔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이레 연속 비상저감조치 경보가 내리진 사상 초유의 미세먼지 재난에 정부와 국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여야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항에 포함시키는 법안 등 관련 일부개정법률안 4건을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대안을 의결했다. 또 미세먼지의 핵심 원인이 중국에 있다고 보고 국회 차원의 방중단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도 중국과의 공조를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미세먼지 고농도 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한-중 공동 시행 방안 협의 ▲중국과 인공강우 공동 실시 ▲추가경정예산 긴급 편성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적극 검토 등을 지시했다. 

환경부가 7일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에서도 ▲중국과 협력 강화 ▲고농도 시 차량 운행제한 강화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 설치 등을 강조했다.

여야는 민생법안인 미세먼지 관련 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대책 제시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예산을 검토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이에 반발하며 탈원전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마스크 등 물품은 예비비를 통해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국가재정법 89조(대규모 재해 발생 시 추경 편성 가능)에 따라 국회 차원에서 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자연재난 수준으로 심각한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학교, 경로당 등 각종 시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야당과 협의해 추경 편성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야외 공기정화기를 도입한다는 것은 도심 한가운데 대형 선풍기를 틀자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핵심은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가동을 줄이니 화력발전이 늘어 결국 미세먼지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며 나무 한 그루라도 심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정책인데 태양광 발전에 있는 숲도 밀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추경 편성을 반대하면서 돈을 풀어 미세먼지에 대응하겠다는 미봉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 발생 원인인 석탄발전의 축소와 친환경적인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가 퇴근 후 관저까지 자동차 안타고 걸어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와 국회‧사회 등 전 계층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국내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오히려 건설 중단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조속한 재개가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보수당 측 의견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정말 잘못한 것”이라면서 “미세먼지 30% 감축은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이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전년도와 올해 예산에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이 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에너지 정책의 관점에서 본다면 미세먼지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생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 정부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추경편성을 통해 단순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피력한다면 작년 예산 편성 때는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김 대표는 “이 문제를 여야 정쟁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승격시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른미래당의 제안처럼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4강 외교를 부활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선거제 개편을 놓고는 여야4당과 한국당이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개편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연령 하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은 합의했고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적 요구에 따라 의원정수(300석)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연동형과 기존의 병립형을 섞는 안을 내놓으며 방향을 같이 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력구조 개편을 동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에 적합한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먼저 개편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야4당은 한국당이 오는 10일까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의견을 내놓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며 야3당과 같이 선거제 개편안, 공정거래법 등 개혁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협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역구는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의석을 75석으로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의원정수를 늘리지 말라는 국민적 요구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원하는 야3당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역구를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지금 선거제보다 강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점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당의 결단을 촉구하며 거절할 경우 패스트트랙을 포함한 어떤 방법을 강구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10일이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데드라인'이라면서 늦어도 오는 15일에는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같은 압박에 반발하며 '의원직 총사퇴'까지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념 독재법 강행 처리를 위해 제1야당을 패싱한 채 선거법 구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불사하고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의원내각제인 독일과 뉴질랜드만 도입한 제도라면서 대통령 분권 논의도 없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건 대통령 독재국가 시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개특위 간사 장제원 의원도 국회는 합의를 도출해내는 정치의 장이라면서 수많은 국민 여론이 갈리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건 여당이 스스로 의회를 부정하고 국회 중심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병민 교수는 “선거법 개정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인 전례가 없다”며 “민주당이 제시한 합의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을 30명 가까이 줄여야 하고 지역구가 줄어드는 만큼 선거구를 다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여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김대진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되면 총선 공천 전에 본회의 의결이 이루어진다”며 “한국당 내부에서도 당 통합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의결 시기와 공천 시기에 개연성이 있다. 한국당 내부 이탈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선거구 축소 합의 우려에 대해서는 “재개발‧인구이동 등 다양한 원인으로 기존 선거구에서 10~15석이 줄어들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수를 소규모로 늘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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