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포레스트 아레나, 축구 불모지에 핀 꽃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 축구 불모지에 핀 꽃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 축구 불모지에 핀 꽃

기사승인 2019-03-10 06:00:00

“포레스트 아레나 가주세요.”

9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잡아탄 뒤 행선지를 말하자 중년의 기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DGB대구은행파크로 명칭을 바꿔 재차 요청했지만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옛 시민운동장을 언급하자 그제야 기사가 핸들을 잡았다. 언론과 미디어의 집중도에 비해 시민들에게는 아직 홍보가 덜 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길게 늘어선 관중 행렬이 눈길을 끌었다. 

매표소 앞은 현장 판매분을 구매하기 위한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구단 용품을 판매하는 ‘팀 스토어’도 새로운 시즌과 구장 개장을 기념하려 유니폼 등을 사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흡사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DGB대구은행파크는 K리그1 대구 FC의 새 전용구장이다. 대구는 지난 시즌까지 월드컵 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을 사용하다가 이날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애칭을 가진 이 경기장은 더 없이 팬 친화적이다. 

그라운드와 관람석 거리가 7m로 매우 가까워 선수들의 얼굴에 맺힌 땀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일부 응원석 바닥을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경기 때 바닥을 두드리면서 강렬한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용 인원도 1만2415석 정도로 적어 많지 않은 관중으로도 경기장이 꽉 찬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도시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새 경기장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킥오프 30여 분을 남기고 모든 티켓이 동났다. 

전반전 대구가 제주를 상대로 공세를 펼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팬들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자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경기 중간 이어진 일명 ‘발구를래’ 응원은 옅은 천둥소리를 연상케 했다. 원정팀으로선 기가 잔뜩 죽을 법 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전반전이 0-0으로 마무리됐지만 대구 팬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강민성(25)씨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예쁘다. 대구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구스타디움은 너무 멀어서 갈 엄두가 안 났다. 친구들한테 같이 오자고 했다. 오늘 관중도 많아서 분위기가 유럽 못지않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팬들의 응원에 대구 선수들도 답했다. 

후반전 막바지 에드가와 김대원이 연속 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다. 경기장은 단번에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고 선수들도 관람석 가까이 다가가 팬들과 호흡하며 기쁨을 나눴다. 

경기 종료 뒤 만난 선수들도 경기장 열기에 혀를 내둘렀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는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팬들의 응원 소리가 무척 가깝게 들린다.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외국인 선수 세징야 역시 “소름이 돋았다.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시면 힘이 떨어져도 한 번 더 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것 같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제껏 대구는 프로축구의 불모지에 가까웠다. 

2014년 강등 이후 팬들에게 외면 받았고 2017년승격했지만 총 63,460명(평균 3340명)의 관중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에도 66,837명(평균 3518명)만 대구스타디움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해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대구 FC를 향한 팬들의 온도가 달라졌다.

올 시즌에도 개막전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 전북 현대를 맞아 무승부를 기록한 대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호주의 멜버른을 3-1로 격파하는 등 돌풍을 예고했다.

이날 역시 만원 관중 앞에서 제주를 2-0으로 꺾으며 팬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프로야구 개막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으려면 성적 유지 뿐만 아니라 구단 수뇌부들의 노력 또한 지속돼야 한다. 

포레스트 아레나가 대구 ‘축구 붐’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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