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8) 씨의 재판이 오늘(11)일 열린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1996년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23년 만이다.
광주지법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이 같은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의 공판을 연다. 재판은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했다. 조 신부 유족 측은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쟁점은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전 전 대통령 측 회고록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다. 사자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과는 달리 ‘허위의 사실’에 대해서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의 ‘헬기 사격은 거짓’이라는 주장이 허위사실인지 알고도 고의로 적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검찰은 전씨가 회고록을 발간할 당시 광주시위 진압상황을 보고받았다는 다수의 목격자 진술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감정 결과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등 객관적 자료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의로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재판 개정 시간인 오후 2시 30분 직전 광주지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에 앞서 기자단은 전날(10일)부터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동 주변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는 지난 8일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미리 확보한 65명과 사전에 방청권이 우선 배정된 5·18단체 관계자 등 103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재판부가 법정 내부 촬영을 허가하지 않아 법정에 선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은 공개되지 않는다.
김미정 기자 skyfa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