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각구 경쟁당국이 참여하는 국제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재 단일 국가 경쟁당국으로는 글로벌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또 국내 ‘재벌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원동력이지만 반대로 경제력 집중에 따라 대·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가 저하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현지시간으로 14일 김 위원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 참석해 ‘크다는 것은 나쁜 것인가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주제로 독일·영국 당국자와 토론했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기술 기업은 파괴적 혁신을 거듭해 소비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면서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가격 차별, 알고리즘 담합 등 새로운 불공정 행위가 출현하고 있다” 우려했다.
이어 “일부 기업은 경쟁 신생 기업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는 등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사전에 막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각 국가의 경쟁당국마다 이러한 상황을 조사하거나, 반대로 과잉규제로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방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과잉규제 비용뿐 아니라 과소규제에 따른 비용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전통산업과는 달리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 등으로 승자독식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독식의 예로는 구글 검색, 아마존 전자상거래, 페이스북 소셜네트워크 등 플랫폼 산업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쟁당국들이 공동대응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면서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은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국가별로 접근방식이 다르다면 시장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가중하고 기업의 혁신 유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가이드라인 등 실제 행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금융권 은행·채권·보험 분야 감독기구 협의회를 예로 들며 국제기구와 각국 경제당국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경쟁법뿐 아니라 정치·법률·행정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경쟁 이슈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쟁당국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조화시켜 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주최 측 요청에 재벌을 예시로 들며 주제인 ‘크다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서는 과거 클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국가대표기업을 육성해 왔다”면서 “제한된 자원을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시켜 소위 재벌기업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다른 국가들은 TV·반도체·자동차 등 분야에서 산업정책을 통해 국가대표기업을 키우며 유럽연합(EU)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을 세 차례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아마 그가 염두에 둔 한국 기업은 삼성(반도체·TV), LG(전기차 배터리), 포스코(차량용 철강), 현대차(자동차)였을 것”이라면서 “이들 기업은 미래에도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일 것이며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부 대기업의 파산으로 국가경제 전반이 붕괴된 경험이 있고 경제력 집중에 따라 대·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가 저해되기도 했다”면서 “큰 것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