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의 돌발 행동에 한화 이글스의 시즌 준비가 어수선해졌다.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 이용규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1월 30일에야 한화와 재계약을 맺었다. 우여곡절 끝에 2+1년, 최대 2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뒤 돌연 불만을 표출했다. 좌익수로의 포지션 이동과 스프링 캠프 연습경기에서 부족한 출전 기회로 느낀 입지 축소 등이 이용규의 속을 상하게 했다.
결국 이용규는 지난 11일 한용덕 감독과 면담을 가진 뒤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15일에도 구단 관계자에게 방출을 요구했다. 다른 팀에서 뛰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 16년차 베테랑의 대처라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프로 세계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요소다. 팀 내에 이용규보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가 부여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거 무명에서 스타 선수로 거듭난 이용규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용규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팀 운영에 불만을 품고 일종의 ‘반기’를 들었다. 시즌 준비에 한창인 팀에 어수선한 잡음만 남겼다. 베테랑의 무책임한 행보다.
이용규의 돌발 행동은 한화 입단 동기인 정근우와 비교돼 더욱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올해로 데뷔 14년차인 정근우는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몸집 줄이기’와 세대교체로 방향을 선회한 한화의 기조와 맞물려 계약부터 순탄치 않았다.
2018시즌 계약기간 2+1년, 총액 35억원에 한화와 손을 잡은 정근우는 주 포지션인 2루를 떠나 1루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지 않은 포지션이었지만 가까스로 이를 해냈다. 정근우는 당시 내·외야수를 포함 1루수까지 글러브 여러 개를 갖고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팀의 중심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으며 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이 옳지 못했다. 이용규가 앞선 권혁의 사례에 자신의 처지를 빗댔다면 크나큰 오판이다.
방출 요구를 통해 삼성으로 떠난 권혁의 경우 올 시즌 1군 구상에 없었다. FA 신분이었지만 계약도 맺지 않았다. 반면 이용규는 한 감독의 시즌 구상 속 ‘좌익수 9번 타자’였다. 이용규의 섣부른 행동으로 인해 한화의 시즌 구상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이용규의 결단은 역효과를 낳았다. 이용규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다. 한 감독을 비롯한 한화 구단도 이용규에게 무기한 3군행을 명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화는 내부 회의를 통해 방출 등 이용규의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시장 상황도 이용규에게 유리하지 않아 최악의 경우 원치 않는 은퇴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