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재판 절차 시작…재판부 "공소장 부적절" 지적

'사법농단' 양승태 재판 절차 시작…재판부 "공소장 부적절" 지적

기사승인 2019-03-25 16:16:40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심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불필요하게 장황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5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사실을 정리했다.

재판부는 “지금 최초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기는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공소장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지난 2014년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정지 처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사건을 무리하게 뒤집으로 했다는 공소사실에서 당시 주심 대법관이던 고 전 대법관이 사건 처리를 지연하고 있다는 부분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고영한 피고인에 대해 기소된 것은 없는데도 고영한 피고인이 한 행위의 내용을 이렇게 기재했다”며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를 이렇게 기재하는 것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결과나 영향을 반복적으로 기재, 법관이 피고인에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거나 공소 제기된 취지가 불분명한 부분 몇 가지를 지적한 뒤 최초 공소장 기재대로 재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이 6년간 여러 동기와 배경에 의해 이뤄진 범행으로 지휘계통에 따라 다양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성격이 있다”면서 “주된 죄명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라는 점도 참작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서면으로 받은 뒤 공소장 변경을 정식으로 요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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