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서울백병원이 내부 싸움에 휘말렸다. 병원 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신규 전공의 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남아있는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의 말은 이렇다. 누적된 적자로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1년차들이 모두 수련을 마칠 때까지는 수련병원을 유지하되, 2023년 이후에는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 병원은 2020년 인턴과 전공의 수련병원 신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규 전공의는 모집하지 않되, 2년차 이상의 정원은 신청, 인턴 선발도 기존과 같이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기준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및 병리과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병상 수는 200병상 이상이고 연간 퇴원환자가 3000명 이상의 연간 진료실적도 필요하다. 또 기타 시설 및 의료 장비를 갖추고 전속 전문의도 일정 수 이상 상근해야 한다.
병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 처럼 수련병원을 바로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현재 1년차 레지던트가 과정을 모두 수료할 때까지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유지해 수련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며, 소통 미흡으로 지금의 논란이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말은 좀 다르다. 병원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공의 A씨는 “사실상 나가라는 소리”라며 “이 병원에서 수련하기 위해 인턴으로 들어왔는데, 레지던트가 되지 못한다면 들어온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월 백병원으로 들어왔는데 28일 지금 결정이 된 것으로 안다”며 “이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 병원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대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공의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병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다른 전공의 B씨의 주장도 비슷했다. B씨는 “전공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들에게 업무가 과중된다”며 “싼 인력을 나갈 때까지 쓰겠다는 것 아니냐. 뿌리까지 빨아먹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매일 전공의가 해야하는 업무량은 정해져 있는데, 전공의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남아있는 업무 강도는 세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인턴 11명은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내년에 전공의 채용 및 전공의수련병원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다음달 4일 TF(태스크포스) 회의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