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전공의 90% 이상 피로감 호소… 휴게 시간도 보장 안 돼

병원 내 전공의 90% 이상 피로감 호소… 휴게 시간도 보장 안 돼

기사승인 2019-04-01 18:32:33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가천대길병원 신형록 전공의 사망 이후 전공의 과로 실태 파악을 위해 실시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 시간 보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3월 약 10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전국 90여 개 수련병원의 660여 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공의들은 격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종료후 정신적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느낀다고 답한 전공의가 92.9%, 육체적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느낀다고 답한 전공의는 94.7%였다. 두 문항에 ‘항상 느낀다’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도 70%였다.

휴게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병원에서 휴게 시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사람이 70.2%였고 수련 중 계약서 내용대로 휴게 시간이 보장되지 않거나 휴게 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고 밝힌 응답자가 89.8%였다.

휴식을 취하더라도 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휴게 시간이나 식사시간이 있더라도 대개 또는 항상 방해받는다고 전공의의 84.1%가 응답했다. 응답 중에 “2주간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다.”. “5일에 2번 정도 식사가 가능하다”라고 답한 전공의도 있어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있더라도 휴게 시간에 대한 조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가도 원하는 기간에 사용할 수 없다고 조사됐다. 전공의의 68.1%가 휴가를 원할 때 사용 할수 없다고 응답했고, 주로 1~2주 전에 통보하거나 임의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연차를 보장받지 못하고 남은 일수를 수당으로 받거나 눈치가 보여서 연차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있었다. 전공의들은 ‘인력 부족’ 때문에 자율적인 휴가 사용에 제한이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법으로 최대 88시간 근무할 수 있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이를 초과해 일하고 있다고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공의의 91.6%가 지난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초과근무한다고 응답했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초과해 일한 전공의도 41.1%였으며 7시간 이상 초과근무한 경우도 8.3%였다. 초과근무 및 과도한 업무량에 대한 병원의 후속 조치나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전공의 91%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전공의들은 업무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본인이 맡은 업무의 강도 및 책임에 대한 부담감에 ‘힘들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9.9%였고 34.4%는 ‘매우 힘들다’고 답했다. 업무에서 겪는 주요 스트레스나 긴장 요인으로는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62.4%, ‘본인의 실수로 인해 병원과 본인, 환자에 중대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48.4%로 나타났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교수와 전공의 모두 과로하고 있는 현실에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며 “전공의는 휴게 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로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해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때로는 폭언·폭행·성희롱 등으로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전협은 전공의 과로 문제와 관련해 전공의 대표자 대회를 열고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추후 환자 안전과 전공의 권리 보호를 위해 전공의 노동조합 지부 설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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