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정부 투쟁모드로 전환하려던 대한의사협회가 '불통회무' 논란으로 동력을 잃고 있다.
2일 이동욱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부회장은 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회무에 배제됐고,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의협 집행부 회무에서 철저히 배제돼 어떠한 역할도 맡지 못했다”며 “부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의협 내 정책·의무·보험·학술·법제·인사 등 회무 분야와 40여 개 이상의 수많은 위원회에서 철저히 배제돼 아무런 일도 맡지 못했다는 것.
의협 부회장에 선출되기 전에 이 부회장은 비대위 사무총장으로서 의정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신포괄수가제 위원으로 ‘문재인 케어’를 전면에서 저지했지만, 부회장으로 선출된 후 철저히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요 회무에 대해 어떤 의견 개진할 기회도 없었고 일반 회원과 같이 언론을 통해 중요한 소식을 듣는 일이 반복됐다”며 “현 집행부의 이너서클(조직의 실질적 권력을 점유하는 소수 핵심층) 이사의 ‘불통회무’, ‘철저한 패권주의 회무’였다”고 주장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수가 정상화 선행 없는 보장성 강화 추진 ▲만성질환관리제 ▲전문가평가제 ▲의료일원화 정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생각과 행동이 일치했지만, 최대집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회무의 방향성에도 공감할 수 없었다고 이 부회장은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린다’는 절박한 회원들의 기대와 염원 속에 출발했지만, 현재 의료기관 생존위기가 초래됐다”며 “수가 정상화 문제 외면된 채 비급여 급여화만 진행됐고 스프링클러, 수술실 공기정화장치, 병상 간격 규제 등 비용이 들어가는 규제와 최저임금 29% 인상에도 수가 2.7% 인상에 그쳐 중소병원과 1차 동네 의원은 파산의 위기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의료계 패권주의가 지속되는 집행부에 개혁이 필요하다”며 “맡은 경기도의사회장직 회무에 집중하고 회원들을 위한 건전한 비판을 하는 야당 세력이 되겠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