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전공의 수련 포기를 번복한 서울백병원 사태와 관련해 전공의 교육수련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전공의 수련 포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2020년 기존과 같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전협은 뒤늦게나마 옳은 결정에 안도하면서 모든 문제를 ‘서울백병원’ 탓으로 돌리는 인제학원 이사회를 규탄했다.
대전협은 “서울백병원 사태가 대한민국 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전공의가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알라는 계기가 됐다”며 “의사가 되라며 훈련하는 교육수련체계가 얼마나 근본 없는지 사회에 낱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명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기본의학교육과 인턴 및 레지던트 수련이 최소한의 조건이 길게는 13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민간의 영역에 맡겨져 있다”며 “여기에는 각종 규제만 가득할 뿐 어떠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 것을 국민은 알 수 없는 것이 의료계의 과거이자 현재. 이는 결국 힘없고 목소리 작은 전공의들을 가르쳐야 할 교육생이 아니라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의사 노동자로 인식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인제학원의 건학이념이 ‘어짊과 덕으로 세상을 구한다’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인제학원 이사회는 전혀 어질지 못했고 덕도 없었으며 세상을 구하기는커녕 전공의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였다”며 “신뢰를 쌓기란 어렵지만 잃었던 신뢰를 다시 쌓을 어려움에 비할 바는 못 한다. 한 번 무너뜨린 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사회가 어떠한 노력을 할지에 대해 대전협이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의료기관들이 이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비극에 대해 일부가 이러한 비극이 ‘전공의법’때문이라며 선동하고 있다"며 "전공의법은 악습과 폐단으로 점철된 그동안의 관행에 대해 원칙과 이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전공의법을 탓하는 자들은 그들이 경영하는 의료환경이 악습과 폐단 없이는 유지될 수 없을 만큼 병들어있음을 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에 대한 착취와 희생으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는 교육수련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에 ▲역량 있는 전문의 양성 위한 교육수련 과정 국가 지원 ▲전공의 교육수련 내용 독립적 평가 및 인증 기구 마련 ▲이동 수련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대전협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올바른 환경에서 올바른 가르침을 요청하는 전공의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보호막이 될 전공의노조 지부 설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