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채소 소믈리에, 채소와 아이를 잇다’

[쿠키인터뷰] ‘채소 소믈리에, 채소와 아이를 잇다’

기사승인 2019-04-09 01:00:00

“채소 소믈리에라는 단어가 생소하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채소와 과일의 매력을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지난 5일 전주에서 만난 CJ프레시웨이 소속 김혜정 과장과 유은채 사원은 채소 소믈리에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소믈리에(Sommelier)란 단어는 와인에서 유래됐다. 손님이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 최근 물 소믈리에, 차(茶) 소믈리에 등 단어를 활용한 여러 직군이 생기는 추세다. 채소 소믈리에 역시 각각 사람에게 알맞은 채소를 추천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채소를 너무 안 먹는 아이들도 있고 심지어 만지지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부모님들은 집에서는 아이들이 채소를 안 먹으니까, 어린이집에서라도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제 아이도 6살인데, 어느 날 선생님에게 전화가 와서는 ‘아이가 당근을 먹다 뱉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채소를 먹을 수 있을까 하다가, 채소 소믈리에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쿠킹클래스를) 준비하게 됐어요.”

이날 4세반 수업을 마치고 휴식시간에 만난 김 과장과 유 사원은 채소 소믈리에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채소 소믈리에는 사단협회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해 자격을 발급받을 수 있다. 국가공인은 아니지만 현재 전국에 약 800여명의 채소 소믈리에가 활동하고 있다. 

유 사원은 본래 영양사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영양교육을 진행해왔다. 이후 김 과장과 함께 쿠킹클래스와 커리큘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게 됐다. 현재 김 과장과 유 사원은 2인 1조로 어린이집을 다니며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이들은 전주 지역 어린이집에서 4세~6세 아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다. 채소와 과일에 대한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는 영양교육부터 해당 식재료를 맛보고 음식을 만들어보는 ‘아이누리 채소학교’다.

“수업에 ‘오감(五感)’을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먹는 건 둘째치고 만지기도 싫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만지기도 싫어요, 만지면 먹으라고 할 거잖아요’ 하면서 지레 겁을 먹는 거죠. 분위기가 중요해요. 반에 그런 아이가 한 명 있으면, 주변 아이들도 덩달아 채소를 안 만지거든요. 그러한 겁을 없애주기 위해서 놀이를 변형해서 하고 있어요. 점차점차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는 것 외에 다른 걸 생각하게끔 하기 위해서요. 그러다보면 대부분 만지게 되고, 또 먹어보기도 하더라고요.”

수업은 약 한 시간정도 진행된다. 채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직접 촉감을 느껴보거나 채소 절단면을 그려보기도 한다. 또 미리 준비된 채소들로 예쁜 부케를 만든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채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 

“고객 만족도도 높아요. 평소에 (채소를) 잘 안먹다가도 한 아이가 먹으면 옆에서 따라 먹고 하거든요. 오늘 같은 경우도 한 선생님이 와서 ‘저 애는 채소를 만지지도 않던 앤데 놀랍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의 반응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알림장 등을 통해 알게 되면 부모님도 만족스러워 하시겠죠. 한 학부모님은 수업 중간에 들어와서 참관하셨는데 매우 좋아하셨어요.”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김 과장과 유 사원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주고 심리적인 벽을 허물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채소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 자체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이후 활동에 중점을 둔 것이다. 채소 소믈리에는 2급 과정과 1급 전문과 과정이 따로 있다. 다만 급에 따라 수업 내용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차이는 없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도 더해졌다. 김 과장은 아동요리지도자라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유 사원은 영양이론을 활용해 이론적인 부분의 퀄리티를 높이려고 공부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아이누리 채소학교를 진행해왔어요. 3개월간 고민을 하며 수업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했죠. 그러다가 올해 1월부터 전국지역에서 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어린이집) 만족도가 높아서 재방문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채소학교 프로그램이 좋은데 함께 움직여야 하니 일정이나 동선에서 어려움이 따라요. 그래서 ‘솔 채소학교’라는 소규모 커리큘럼을 만들었어요. 어린이집 영양사나 셰프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서, 프로그램을 축약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거죠”

현재 아이누리 채소학교 일정은 6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된다. 매일매일이 바쁘지만 그만큼 만족감과 보람감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김 과장은 근시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근시적인 목표로는 컨텐츠를 현재 4개에서 6개로 늘리는 것이다. 아이누리 채소학교를 진행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보완해 퀄리티를 강화하는 것도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수업을 체계화하고 확대해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누리 바다채소학교라고 해서, 해조류를 바탕으로 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생선과 해조류도 잘 안먹거든요. 그러한 부분을 하반기부터 중점적으로 하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유 사원은 어린이집 교사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구성 중이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건강해야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이들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서비스교육 강사분과 함께 해서 스트레스를 해결하게 해주는 향 테라피를 준비하고 있어요. 식자재 향을 활용한 거죠. 이러한 수업은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올해 2분기나 3분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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