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진 8일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그룹주가 동반 상승했다. 이는 조 회장의 별세로 그룹 지배구조가 개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다만 예정에 없던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20.63%나 오른 3만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어 우선주인 한진칼우는 가격제한폭(29.91%)까지 치솟은 2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밖에 한진(15.12%), 대한항공(1.88%)과 대한항공우(14.49%), 한국공항(4.76%), 진에어(3.40%) 등 나머지 계열사 주가도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한진그룹주의 동반 상승은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 여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 부담 ▲경영권 분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KB증권은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하던 지주회사 한진칼 주식 지분 17.8%의 상속 방법이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KB증권 강성진·김준섭 연구원은 “조 회장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을 상속하면 내야 할 상속세가 1625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납할 경우 연간 325억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진칼의 지난해 이익 배당액은 179억원”이라며 “작년 말 조 회장과 세 자녀의 합산 한진칼(24.8%)을 고려하면 한진칼 배당금만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상속인들은 한진칼 배당보다는 상속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에 의존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2대주주 KCGI의 영향력도 승계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분 상속 등 경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안건 다툼이 생길 경우 KCGI 측 의견이 관철될 여지도 커졌다”고 예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송치호 연구원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구조가 취약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호세력 확보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송 연구원은 “지분율 매입 경쟁이 발생하면 주가 오름폭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현 최대주주 측이 경영권 위협을 느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선다면 내림 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