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설봉산이었다. 산 어귀에 들어서자 눈에 든 것은 ‘치킨대학’이라는 명패와 커다란 닭 동상이었다. ‘천년의새벽’이라는 이름의 이 동상은 비비큐를 천년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의 목표를 담은 상징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바로 치킨대학이다.
치킨대학의 시작은 제너시스BBQ그룹의 창업과 궤를 같이한다. 윤 회장은 회사를 설립한 1995년부터 교육과 품질을 강조하며 2개층짜리 사무실의 절반을 교육장과 실험실로 사용하고 초기 자본금의 60% 가량을 교육에 투자했다. 이후 2000년 치킨대학은 경기도 광주로 이전했다가. 2003년 약 26만㎡(8만평) 규모로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 연구·개발부터 교육까지… 비비큐 치킨이 시작되는 곳
12일 찾은 치킨대학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연면적 6600㎡(2000평) 크기의 부대시설에는 비비큐의 처음과 현재,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름은 치킨‘대학’이지만 실제 정규 대학은 아니다. 연구개발시설인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이하 세과원)과 연수 운영시설인 경영개발원으로 구성된 연수·R&D통합시설이다.
세과원에서는 3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신기술과 차별화된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치킨대학이 설립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개발된 레시피는 3500여개, 연 평균 1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로 제품화돼 소비자가 맛볼 수 있는 메뉴는 극소수다.
또 다른 시설인 경영개발원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두고 다양한 교육을 소화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가맹점주 교육이다. BBQ 가맹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2주간 경영개발원에서 기본적인 조리·운영 교육을 수료해야 가능하다. 두 번째는 비비큐 본사 구성원들을 외식산업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다. 견학을 위해 방문했던 이날도 경영개발원 숙소에는 교육을 위해 방문한 예비 가맹점주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킨캠프다. 현재 가족단위로 치킨대학을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인원은 연간 1만8000여명에 달한다. 1박 2일 가족단위로 이뤄지는 치킨캠프는 가족단위로 퀴즈와 피자만들기, 치킨만들기 등 체험 요소를 넣어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비비큐는 곧 국내 1인당 육류 소비 추세가 기존의 돼지고기·소고기 강세에서 닭고기 강세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윤홍근 비비큐 회장이 치킨대학을 설립한 여러 이유 중에 하나도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농림부에 따르면 1970년 1.4㎏이었던 우리나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이제 13.8㎏에 육박한다. 글로벌 육류소비 추세도 비슷하다. 특히 OCED 국가들은 닭고기 소비량이 돼지고기·소고기 소비량보다 높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적색육보다 백색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견학 안내를 맡은 비비큐 관계자는 우리나라 역시 닭고기가 주요 육류 소비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닭고기가 소고기·돼지고기보다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결국에는 닭고기가 주요 육류 소비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다이어트 등 건강의 이유로 닭가슴살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외국 역시 이미 영양학적 가치로 닭가슴살 소비가 늘어난 상태죠.”
비비큐는 이러한 추세를 예측하고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황금올리브오일’를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비큐는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치킨 등 튀긴 음식을 멀리하는 이유를 기름 때문이라고 봤다. 본래 적합하지 않은 올리브오일을 튀김용으로 개발해 특허를 낸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튀김 기름을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을 사용하는 곳은 우리 밖에 없습니다. 이 올리브오일은 다른 유지보다 최대 7배 가까이 비싸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가격이 조금 비쌀 수밖에 없어요.”
◇ “맥도널드 넘어 전 세계 5만개 가맹점이 목표”
현재 비비큐는 글로벌 진출과 확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과원 역시 현지 문화에 맞는 로컬라이징(현지화)을 집중하고 있다.
“세과원에서는 국내 레시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도 이뤄집니다. 나라마다 각각 식문화가 다르고 치킨의 정의도 다르거든요. 우리나라는 ‘치킨’하면 튀김옷이 입혀진 치킨을 떠올리지만, 미국은 대부분 구운 형태의 스모크 치킨을 떠올립니다. 중국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밥이 필요하죠. 이렇다보니 현지화를 위한 연구개발은 필연적입니다.”
현재 비비큐는 마스터프랜차이즈형태로 55개국과 계약하고 37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패밀리마트와의 협약을 통해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BBQ라고 하면 치킨 브랜드를 딱 떠올리지만, 외국에서 BBQ라는 단어는 바비큐(barbecue)로 사용돼요. 브랜드명은 그 브랜드의 상징을 담아야하는데 (BBQ로는) 그럴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최근 브랜드명을 ‘bb·q’로 바꿨어요. 바꿔말하자면,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기도 하죠.”
바비큐라는 뜻 때문에 BBQ라는 단어 역시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동안은 ‘BBQ chicken’, 그리고 ‘BBQ Chicken & Beer’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서왔다.
비비큐의 경쟁 브랜드는 글로벌 거대기업인 맥도날드다. 오는 2025년까지 196개국에 5만개 가맹점을 운영해 맥도날드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