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가 15일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대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을 위해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서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회사는 서류 전송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1월 심평원 대신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해 대한외과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지역병원협의회 등에서 거대 실손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난달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으로 “국민의 편의라는 명목으로 요양기관에 청구를 대행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보험금 지급률을 낮춰 실손보험사의 배만 불리기 위한 법률”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을 비롯한 7개 소비자단체가 고용진 의원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청구거절의 꼼수가 아니라 실손보험 치료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대한의원협회(이하 협회)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에 대해 재반박에 나섰다. 법안 자체에 위헌적인 발상이 포함됐다는 것. 협회는 “법적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사적 영역의 계약에 대해서 의료기관이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청구 절차에 의료기관이 개입할 이유도 없다. 의료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민간영역인 의료기관의 경제활동을 공권력을 활용해 제한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
또 개정안이 의료법 위반 교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의료법 제21조 2항’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등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본인의 의무기록 전송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보험회사에 환자 기록을 전송한 것은 의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크다고 밝혔다. 협회는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위해 제출되는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에 환자의 진료 관련 내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감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서류가 전자적 전송의 대상이 됨에 따라 전송 과정에 유출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오용에 대한 우려도 지적했다. 협회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를 진료 정보를 보험사에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라고 해석했다. 모든 진료 내역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실시간 전송되면, 향후 보험사에 의한 가입자 민감정보의 오용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
결국, 이 법안이 보험사의 편익만을 위한 법안이라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협회는 “금융위원회와 보험사들이 의료기관의 청구대행 의무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심평원에 실손보험 심사를 위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앞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