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래 선도기술 개발 및 상용화 계획이 암초에 부딪쳤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고위험 고부가가치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4년간 총 사업비 240억원을 책정한 ‘미래선도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된 연구과제의 적합성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래선도기술개발사업’은 2018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괄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정부의 연구지원사업으로 ▲新시장창출형과 ▲현안해결형으로 나뉜다. 현안 해결형 사업은 총 사업비 76억원으로 본연구 1, 2단계를 거쳐 상용화까지 이어진 1개 과제는 누적 46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신시장창출형 사업의 경우 민간지원금을 제외하고도 선기획과제로 선정된 10개 과제에 각 1억원이 우선 지급된다. 이후 경쟁을 통해 1단계 본연구에 진입한 4개 과제에게는 2019년까지 과제별로 15억원이 배정된다. 여기에 다시 선정과정을 거쳐 2개로 추려진 지원 대상과제에게는 2021년까지 추가로 25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문제는 상용화단계까지 이어질 경우 단일과제에만 41억원의 국민혈세가 쓰이는 신시장창출형 사업의 1단계 본연구 선정과제 중 하나가 뚜렷한 학술적 근거 없이 ‘경험’과 ‘추정’에 기반한 장비개발 연구인데다 제품화가 돼도 그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는 없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박도현 교수가 총괄하는 ‘악성종양의 선택적 광역학치료(PDT)를 위한 체내 삽입형 LED 융합기술 개발연구’ 얘기다. 연구개발계획서에 따르면 연구는 크게 ▲체내 삽입형 마이크로 LED 개발 ▲고형암 치료를 위한 마이크로 LED 기반 I-PDT 전임상 및 임상평가 ▲광역학치료의 안정성 및 유효성 검증을 위한 전임상 연구 3분야로 나뉜다.
하지만 연구에 참여하는 기업 및 연구기관에 광역학치료를 위한 의약품 공급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연구를 주도하는 박도현 교수는 담도 및 췌장, 십이지장 질환을 전문분야로 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해당분야의 PDT는 임상시험결과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약도 없이 마이크로 LED 기반 PDT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유일하게 췌장 및 담도에 발생한 악성종양에 대한 PDT 임상시험도 동성제약이 임상시험용으로 독점 수입한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과 역시 동성제약이 개발에 참여한 PDT 장비를 이용해 박 교수가 2015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수행한 연구자임상 연구로, 종료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시험결과가 논문 등의 형태로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연구에 이어지는 의혹들
이에 3가지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연구자임상시험이 미래선도기술개발사업을 목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성공적이었단 비공식적 평가를 이용해 장비를 개발하고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 한다는 의혹, 세금이 올해에만 15억원에 향후 26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사업이 성공할 경우 췌·담도암 환자들의 부풀었던 꿈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박도현 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교수가 소속된 서울아산병원만 “앞선 연구자임상시험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개념)에서 시작한 연구”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연구개념이나 절차, 방식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치료제로 무엇을 쓸지, 개발한 장비의 효과검증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못했다.
미래선도기술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주관기관인 한국연구재단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담당자는 “사업은 신시장창출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기존 내시경 등을 이용한 PDT가 아닌 지금까지 없었던 인체삽입형 마이크로LED를 개발하는 연구”라며 선정이 타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선정위원회 평가위원들의 면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적법절차에 따라 선정이 이뤄졌으며, 문제가 제기돼 연구계획서와 평가결과를 재검토한 결과에서도 문제는 없었다”면서 “앞선 연구자임상 결과도 연구계획서에 포함됐고, 이를 토대로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기에 효과 검증에 무리가 없다고 평가위원들이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췌·담도 암에 대한 PDT 임상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박 교수가 발 빠르게 수행한 것”이라며 “연구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과제로 선정한 것은 결국 약효가 인정됐으니 장비개발로 신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판단한 것과 같다”며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데 세금이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의약계 관계자도 “연구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앞선 연구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치료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이 어렵다”면서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해 진행되는 정부사업인 만큼 면밀한 검증을 통해 선정이 이뤄져야한다. 아무리 새로운 개념이라지만 단순 장비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연구지원을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도현 교수의 연구자 임상연구의 결과는 2018년 10월 20일부터 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축제 ‘UEG(United European Gastroenterology) week 2018’의 둘째 날 18번째 구두발표로 등록됐다가 빠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발표가 임박해 박 교수가 발표를 취소했다. 다만, 연구결과는 UEG 발표자료에 초록 형태로 실렸다.
초록에는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절제가 불가능한 총 29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47번의 임상2상 연구가 진행됐으며, 기타 사전에 받은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와도 큰 상호작용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PDT 치료 후 부작용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 효과도 좋았다. 종양세포의 괴사정도는 중간값 35.5%로 최소 5%에서 최대 100%까지 줄었고, 176일간 종양의 진행이 없었고, 평균 수명은 304일 가량 늘었다고 기술했다. 통상 항암요법 등의 치료시 평균 수명이 70여일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4배 이상 긴 셈이다. 일련의 결과에 대해 아산병원은 “UEG 발표자료의 내용에는 오류가 없다”고 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