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과거 인기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리뉴얼해 선보이는 ‘뉴트로’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기보다는 과거 인기상품들에 기대려는 마케팅 전략이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0대부터 50대까지…전 연령대가 대상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뉴트로는 새로운(New)과 옛 것을 좇는(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문화적 현상을 뜻한다. 과거 인기제품을 당시 패키지와 구성으로 출시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소비층에는 새로운 감성을 선사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뉴트로 트렌드는 10대에서부터 40~50대 중장년층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SNS 등을 활용해 전파력이 월등한 밀레니얼 세대와, 구매력이 강한 중장년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
가장 뉴트로 트렌드에 적극적인 곳은 식품업계다. ‘맛’에서 전해지는 향수가 무엇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20여년만에 분홍색 패키지의 ‘꼬깔콘 달콤한 맛’을 재출시했다. 제품 색상, 글씨체 등 디자인은 그대로 살려 전통성을 유지했지만, 단 맛은 현재 추세에 맞춰 부드러운 맛으로 변경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서울우유의 역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겨냥한 ‘서울우유 밀크홀 1937 레트로컵’ 3종을 출시했다. 옛 감성을 그대로 담은 레트로 굿즈 서울우유 밀크홀 1937 레트로컵은 과거 서울우유 브랜드 홍보를 위해 제작된 컵을 모티브로 해 재현했다. 이 제품은 서울우유 유제품 전문 디저트카페 밀크홀 1937과 엘롯데가 협업해 1000개 한정으로 제작됐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소주’로 알려진 원조 소주 브랜드 ‘진로’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번에 나온 진로는 1975~1983년 사용한 라벨 크기, 병 모양, 병뚜껑 색깔 등 과거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다만 소주병은 기존 제품과 달리 투명한 하늘색을 사용해 순한 느낌을 살렸다. 알코올 도수 역시 과거와는 달리 16.9도로 자사 제품인 참이슬보다도 0.1도 낮췄다.
삼양식품은 1972년 처음 선보인 ‘별뽀빠이’ 47주년을 맞아 ‘레트로 별뽀빠이’를 지난해 리뉴얼 출시했다. 레트로 별뽀빠이는 과거 패키지 디자인에 사용됐던 삼양식품 로고와 서체를 그대로 활용했다.
◇ 왜 뉴트로인가
국내 식품시장은 이미 성장이 둔화된 상태다. 내수 비중이 90%에 달하는 국내 식품시장 특성상, 소비를 촉진시킬 ‘트렌드’가 중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사실상 가정간편식(HMR)을 비롯해 몇 개 카테고리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소비층인 유아·청소년 인구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유제품·과자·아이스크림 등 관련사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역신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투자해 새로운 제품으로 트렌드를 만들기보다는, 어느 정도 성공이 확보돼있는 기존 인기 제품을 부활시키는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적게는 0.3%에서 많아도 2%를 넘기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개발은 양날의 검”이라면서 “성공할 경우 시장을 리드하고 트렌드를 만들어 시장 전체를 펌핑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기업이 고스란히 데미지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업황이 어두운 만큼 신제품 개발보다는 기존의 인기가 검증된 제품을 변형하거나 단종했던 제품을 부활시키는 추세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