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집밥’과 ‘외식’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가정간편식 제품을 내놓는 등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 가맹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각각 4882개와 24만3454개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외식업이 11만7202개로 절반에 가까운 48.1%를 차지했다.
외형에 비해 내실은 아쉬웠다. 외식업 가맹점의 평균 사업기간은 4년7개월로 전체 분야 중 가장 짧았다. 서비스업 가맹점과 도소매업 가맹점의 평균 사업 기간은 모두 6년을 넘어갔다.
최저임금 상승과 52시간 근무제 등의 정착으로 일선 가맹점이 느끼는 매출은 줄었다. 실제로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가맹점 매출액 변화에 대해 ‘감소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34%, ‘비슷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63%로 나타났다. 사실상 전체의 97%가 성장이 둔화됐다고 응답한 셈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인건비 가중이 22.9%, 경쟁점포 증가가 19.9%였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러한 부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을 꼽는다. 단순히 맛을 비슷하게 흉내내는 것에 그쳤던 가정간편식 제품이 발전하면서 외식 메뉴와 흡사한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2010년 7700억원이었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4조원 이상으로 팽창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30%가 넘는 수준으로 2030년에는 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냉동식품이다. 2012년 1조4000억원이었던 냉동시품 시장은 2017년 2조원을 돌파하며 40% 이상 증가했다.
컵라면이나 인스턴트 카레, 캔햄 등으로 대표되던 1세대 가정간편식은 즉석밥·레토르트 등 2세대 가정간편식으로 넘어오면서 그 범위가 넓어졌다. 현재 3세대 가정간편식은 집밥에서부터 지역별미와 맛집 등 식(食)문화 전반으로 확대됐다. 프랜차이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식업의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자사 제품들을 가정간편식화(化) 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가정간편식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가 2012년 론칭한 가정간편식 제품 ‘아침엔본죽’은 편의점 과 대형마트 등에서 현재까지 2200만개가 판매됐다. 가맹점 외의 판매채널을 확보함과 동시에 브랜드 알리기와 실속을 동시에 챙긴 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는 자사 ‘홍콩반점0410’ 메뉴를 살린 ‘홍콩반점0410 해물肉(육)교자' 가정간편식으로 내놨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6월 삼계탕 가정간편식 제품을 자사 쇼핑몰인 맘스터치 몰을 통해 출시한 이후 같은해 12월 닭개장과 닭곰탕을 내놨다. 올해 2월에는 스테이크·소시지 등 72개 가정간편식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치킨 브랜드면 치킨이, 햄버거 브랜드는 햄버거 브랜드가 경쟁상대였다”면서 “그러나 최근 가정간편식 제품들의 퀄리티가 크게 오르면서 동종브랜드 외 가정간편식까지 경쟁상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종(種)간 경계가 허물어진만큼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가정간편식 제품 출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