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설 곳이 없다

한우, 설 곳이 없다

기사승인 2019-04-25 01:00:00

한우 자급률이 30%대 붕괴를 목전에 두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수입산 쇠고기가 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결국 생산기반의 붕괴를 초래한다.

◇밀려드는 수입산에 설 곳 잃은 韓牛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50.1%였던 한우 자급률은 2014년 48.1%로 50%대가 무너진 이후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2016년 39.1%로 40%대마저 내준 이후 지난해에는 36.4%로 30%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급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입 개방이 꼽힌다. 개방 확대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외국산 쇠고기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우의 고급화’로 한우 가격이 급등한 시장상황과 맞물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26년, 호주산 소고기는 2028년 관세 철폐를 앞두고 있다. 

축산농가 구조조정도 자급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0년 14만 가구에 달했던 20마리 이하 소규모 농가는 지난해 5만7600여 가구로 60% 가까이 줄었다. 올해 1~2월 도축 마릿수도 13만2000마리로 전년보다 4.6% 감소했다.

소비량에서도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2013년 26만톤이었던 한우 소비량은 지난해 23만7000톤으로 줄었다. 반면 수입산 소고기 소비량은 같은 기간 25만9000톤에서 41만6000톤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민 1인이 연간 소비하는 쇠고기 소비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3년 10.3㎏이었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12.6㎏으로 늘었다.

농가와 관련협회에서는 축종별 특성에 맞게 제도를 재정비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아지생산안정제 보전금 지급 요건을 현재의 ‘가임암소 마릿수’와 ‘송아지값’ 2개 기준에서 송아지값으로 한정해 암소도축률을 낮추고 시장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소도축률은 번식농가의 수익성으로 결정된다. 송아지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암소도축률이 낮아지며, 이는 사업규모의 확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로 암소 도축률은 2014년 이후 FTA 폐업농가 지원과 암소감축사업 등으로 크게 올랐다가, 이후 송아지값이 오르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높은 가격… 소비자 “한우는 비싸다”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높다. 지난해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지육 기준 ㎏ 당 1만7792원으로 전년 대비 6.4% 올랐다. 6~7개월령 송아지 평균 가격도 수송아지 386만원, 암송아지 313만원으로 8% 가까이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높은 한우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는 수입 쇠고기 소비로 이어지고, 결국 한우 소비 감소로 돌아오게 된다. 

실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수입 쇠고기 구매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전체의 97%가 수입 쇠고기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수입 쇠고기를 주로 구입하는 471명 중 88%가 그 이유를 ‘가격’으로 꼽았다. 맛과 원산지, 안전성을 꼽은 소비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다. 국내 쇠고기를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 223명 중 전체의 33.6%가 구매 이유로 ‘맛’을 꼽았다. ‘가격’을 꼽은 소비자는 11.2%였다.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를 소비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실제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응답자의 가격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3.84점으로, 맛(3.70점)과 안전성(3.52점)보다 높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