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최고 비싼 데가 거기(신 시장)야”
한 상인이 생선을 고르다 돌아서는 남성을 향해 이렇게 투덜댔다. 그 사람은 곧장 노량진 신 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기자에게 ‘시장 입구가 어디냐’고 물었다. 신 시장 방향을 가르쳐주면서 “구 시장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을 붙여봤지만 이미 저만치 가고 난 뒤였다.
5차명도(강제퇴거) 집행 취소 후 잠잠하던 노량진 구 시장 철거집행이 다시 시도된다. 노량진수산신장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25일 오전 제6차 명도집행이 예정돼있다. 상인 측은 이날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행이 확정되자 수협과의 충돌에 먼저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구 시장 철거를 두고 수협중앙회와 상인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을 철거하려는 수협과 신 시장 입주를 거부하며 시장 존치를 주장하는 상인 간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협상 테이블이 열렸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물리적 다툼도 여러 번 있었다. 이날은 어느 때보다 격할 것이라는 게 상인 측 설명이다. 구 시장이 어쩌면 마지막 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집행 전날 구 시장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가 지난해 12월이니 4개월만이다. 그 동안 시장은 쇠퇴했다. 이전에 없던 철거를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철골 구조물이 시멘트에 단단히 고정된 채 입구를 막고 있었다.
상인들을 만나봤다. 남은 이들이 120명 정도인데 그마저도 장사를 잘 안하다고 했다. 이들은 수협 측이 보낸 용역무리와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부는 참담했다. 장사가 될까 싶을 정도로 쓰레기와 잔해물이 곳곳에 가득했다. 상인 말처럼 ‘귀신’이 나올 것 같았다.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상인들은 전기와 물이 끊긴 뒤부터 발전기에 의존해 살고 있다. 발전기 요금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고 했다. 물도 차로 실어 나르고 있다.
상인들은 무료해 보였다. 장사가 안 돼 꾸벅꾸벅 조는 가하면 비린내를 맡고 날아온 파리 떼를 쫓기 바빴다. 4번의 충돌을 겪은 이들은 겉으론 의연한 척 했지만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계심’이 깔려 있었다. 한 상인은 “일찍 가서 한숨자고 (새벽에) 나와야지”라고 했다. 하릴 없이 신문 부동산 정보를 보고 있던 상인은 “할 게 없으니까 자리라도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내일 별일 없어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을 나서려는데 얼큰한 김치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한 쪽에서 상인들이 솥을 걸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침에 동지들과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거란다. 상인들은 고기를 썰면서 수다를 떨었다. 때론 웃기도 했다. 구 시장에서 참 오랜만에 듣는 웃음소리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