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근로자의 날이지만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쉬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가치에 비해 제대로 된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실시한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설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16만5299원이다. 팀장 및 반장급 일당은 20만4909원,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은 일당 13만4528원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최근 1년 이내 퇴직공제 가입 이력이 있는 건설노동자 101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9월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건설 노당자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3429만8566원(월 285만원)으로 일당에 미치지 못했다. 팀장 및 반장급과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의 평균 연소득도 각각 4389만원(월 365만원), 2868만원(월 239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일당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연소득(월급)이 적은 이유는 고된 노동과 일감 부족으로 20일 이상 일할 수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한달 동안 근무한 건설현장은 평균 1.3곳, 평균 근무일 수는 20.3일이었다.
또한 근무 환경도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교육은 수시로 받았다는 응답이 85.1%로 많았고 안전장비인 안전대와 안전모를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은 각각 5.8%, 0.8%에 그쳤다.
건설현장의 화장실 유무에 관한 질문에는 98.7%가 있다고 답했지만, 샤워실이 있다는 응답은 65.3%에 그쳤다. 화장실이 있어도 개수나 크기 등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2.2%로 조사됐다. 화장실이 더럽다는 응답(48.7%)과 접근 등이 불편하다는 응답(29.6%)도 많았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불편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계획 수립 시 여성노동자의 근로환경 제반시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건설노동자 A씨는 “대형건설사는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마련돼 있는 반면, 중견사의 경우 여성들을 위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며 “법으로는 건설현장에 화장실, 샤워실 등을 설치하라고 명시돼있지만, 명목상 컨테이너로 된 간이화장실을 하나 갖다놓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건설노조 관계자도 “근로자의 날 서울 시내만 나가봐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며칠 전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건설사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해당 기업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많다보니 비교적 안전한 환경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지만, 작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열악한 현장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과반수다”라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