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계열사에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익을 편취한 대림산업에 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이해욱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자사 호텔 브랜드 GLAD를 ‘APD’가 출원·등록케 하고 동 브랜드로 대림산업 소유 여의도호텔을 시공하게 했다. 이후 자회사이자 호텔운영사인 ‘오라관광’이 APD와 브랜드사용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APD에게 GLAD 브랜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APD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31억 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수취하였고, 그로부터 발생한 이익은 APD 지분 100%를 보유한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과 그 장남 이동훈 씨에게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오라관광은 APD와 총 3건의 GLAD 브랜드 사용거래를 하면서 APD가 제공해야 하는 브랜드마케팅 등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음에도 반대로 APD에 고율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밖에 제주 MAISONGLAD호텔, GLADLIVE 강남호텔 역시 GLAD 계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호텔 운영사인 오라관광이 2016년 10월 APD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매달 브랜드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통상 프랜차이즈호텔사업자들은 장기간의 호텔 직영경험을 바탕으로 예약망 시스템, 브랜드 스탠다드, 인프라 등을 갖춘 이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APD와 오라관광은 APD가 호텔브랜드만 보유하고 있을 뿐 호텔운영경험이 없고 브랜드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았음에도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등 유명 해외프랜차이즈호텔 사업자의 수수료 항목과 수준에 따라 거래조건을 결정했다.
또한 수수료 협의 과정 역시 거래당사자가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브랜드사용권과 브랜드스탠다드 제공 명목으로 매출액의 1%~1.5%를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하고, 브랜드마케팅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또 매출액의 1%~1.4%를 마케팅분담금으로 지급하게 결정됐다.
브랜드스탠다드는 호텔 시공과 운영과정에서 브랜드사용 호텔이 준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호텔운영사는 브랜드스탠다드에 맞춰 호텔을 시공․운영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APD는 단독으로 브랜드스탠다드를 구축할 능력이 없었고, 이에 브랜드스탠다드의 상당부분을 오라관광이 대신 구축해 제함으로써 APD가 이를 영업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APD는 2017년 11월까지 오라관광에 아무런 브랜드마케팅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분담금을 수취했다.
일련의 행위들로 통해 APD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1억원의 브랜드수수료를 수취했다. APD와 오라관광은 오는 2026년 9월까지 계약돼있으며 이 계약으로 수취할 수 있는 브랜드수수료는 253억원에 달한다.
이후 이해욱 회장 부자는 2018년 7월 자신들의 APD 지분을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업기회제공을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제재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면서 “특히 총수일가 개인회사에 유망한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계열사들이 해당회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각각의 행위가 모두 위법행위임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