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연령의 기준 상향의 공론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돌입하는 것을 앞두고 노인연령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만 60세였던 육체 노동자의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판결을 내리면서 노인연령의 기준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도 노인연령의 상향을 이야기했다. 진료비 할인 혜택을 주는 외래정액제의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의 환자가 의원급 외래진료 시 일정 금액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사회적으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복지부의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86.2%가 노인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2008년 68.3%보다 높아진 수치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오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5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2065년에는 노인 인구가 생산연령인구로 구분되는 15세~64세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제 폐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도 냈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생산가능인구의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4세에서 69세, 74세로 확대해 분석한 결과 총부양비가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총부양비는 생산연령 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수를 뜻한다.
69세로 확대하면 2030년 36.4명, 2050년 68.명, 2067년 86.8명으로 현재 추계치인 2030년 52.9명, 2050년 94.9명, 2067년 120.2명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74세로 확대할 때는 2030년 24.7명, 2050년 48.8명, 2067년 59.1명으로 현재 추계치보다 각각 28.2명, 46.1명, 61.1명이 줄어든다.
경로 우대를 받는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노인 3억5000만명이 지하철을 무료로 탔다. 전체 무임승차 인원의 80%를 차지한다. 1984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4%를 돌파했고 급속한 고령화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현재 노인복지법상 각종 복지제도에서 노인으로 보는 나이는 만 65세로 동일하다. ▲기초연금 ▲지하철 경로 우대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등 다수 제도가 현행 65세 기준에 맞춰 있는 것이다.
다만,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박능후 장관이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하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연령 기준 상향 반대를 주장하는 다수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의 주된 목적이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늘려서 못 받게 할 작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전후 태어난 베이비부머(57년생)세대로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부모 봉양하고 자식들 뒷바라지한 세대. 국민연금도 57년생부터 1년씩 늦춰 힘들게 가더니 노인연령도 70세로 늦추는 것이냐, 최소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비켜서 시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출산율은 급락하는데 노인은 급증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부담층(청·장년인구)이 피부담층(노인)에게 할 수 있는 복지의 크기를 정해서 출산율이 줄면 부담층 일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법률로 정해달라”면서 노인연령 상향조정 등 출산율 저하와 연동하는 노인복지의 연동정책을 기대했다.
노인연령을 올리기 전에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도 아직 많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2018 은퇴백서’에 따르면 은퇴 예상 나이를 평균 62세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은퇴한 나이는 57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은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노후 대비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최소 생활비는 월평균 198만원, 풍족한 삶을 위해선 290만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비은퇴자의 83%가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를 위해 정기적으로 저축한다는 가구도 2가구 중 1가구이고 금액도 월 30만원에서 5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 기대수명이 82세까지 올라온 이 시점에서 노인연령에 대한 새로운 검토는 필요하지만,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노인연령을 상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기 전에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