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 소주, 속 끓는 맥주…기약 없는 주세법 개정

눈치보는 소주, 속 끓는 맥주…기약 없는 주세법 개정

기사승인 2019-05-09 03:00:00

정부가 주세법 개정을 다시 연기하면서 주류업계가 낙담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의 단초가 됐던 맥주업계에서는 정부의 단계별 적용 검토 입장에 대해 ‘뒷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반년 동안 3번 연기… 이번엔 ‘무기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중순 발표예정이었던 주세법 개편안을 추가적인 의견수렴과 실무 검토를 거친 후 내놓을 방침이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인 셈이다. 

정부의 주세법 개정안 연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주세법 개정을 전면 백지화 한 뒤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같은 해 11월 2019년 3월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그러나 올해 초 다시 5월 초·중순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아얘 기한도 정하지 않은 채 연장한 것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하루 전인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주세개편은 50여년간 유지된 종가세를 개편하는 것”이라면서 “술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해 소비자 후생과 주류산업의 경쟁력, 통상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편안이 연기되는 이유에 대해 “업계와 몇차례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는데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 종량제에 찬성했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이견이 있었다”면서 “소주와 약주, 청주, 증류주, 과실주는 기존 유통이나 판매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불확실성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세법 개정안이 나올 때까지는 주세 개편을 마무리하려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주종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까지 포함해 다양한 개편 시나리오를 대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눈치보는 소주, 속 끓는 맥주

현재 우리나라 주세법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 더해진 과세표준의 72%인 ‘주세’와 이 주세에 30%가 추가된 ‘교육세’, 과세표준·주세·교육세 합의 10%가 추가된 ‘부가세’가 더해진다. 

반면 수입맥주는 과세표준에 수입 신고금액과 관세만이 적용되며 여기에 72%의 주세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국산 맥주와는 달리 세금에 대한 부담이 덜 한 데다가, 무역협정으로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전면 철폐돼 가격적인 우위에 서있는 상황이다. 수제맥주업계를 비롯한 주류업계가 맥주에 대한 주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량세는 양, 그리고 알코올 도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맥주와 막걸리, 약주, 위스키 등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관련업계에서는 기재부의 ‘단계별 적용 검토’ 입장에 대해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종량세 전환시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단계별 적용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일괄적 주세 적용에 대한 부작용과 우려는 업계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맥주에 대해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다른 주종은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해나가는 것에 대해 수차례 목소리를 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했음에도 개정을 미루고 이제와서 ‘단계별 적용 검토’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소주는 주세법 개정에 있어 눈치는 보는 모양새다. 현재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모두 소주와 맥주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맥주 부분에서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를 소주 판매로 메우는 상황에서, 일괄적인 주세법 개정은 오히려 주력 상품의 세금을 높아지는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처한 상황이나 주력 상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같은 주류업체라도 사정은 다를 것”이라면서 “소주와 맥주를 같이 판매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맥주 적용, 소주 보류’를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