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잔반사료를 금지하고 야생멧돼지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아프리카돼지열병 폐사율 100%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에서 발표를 맡은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과학부 교수의 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는 물렁진드기가 매개체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폐사율은 최대 100%에 달할 정도로 돼지에게 위협적인 질병이지만 사람에게는 발병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29개국, 유럽 13개국에서 발병했으며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에도 4개국 발생했다.
이 질병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총 24가지의 유전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중화항체가 없고 유전형이 다양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살코기 및 분쇄육에서 105일, 냉동육으로는 1000일, 냉장육으로 110일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온에서 고도의 저항성을 가지고 혈청이 있으면 내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유용 교수는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게 되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김 교수는 “아프리카 중부에서 서유럽, 러시아 등으로 전파되고 있다”면서 “현재 발병이 진행된 중국보다 법체계가 잘 잡혀 있어 1100만두의 돼지 중 10%의 살처분으로 막을 수 있다. 소각처리나 렌더링 과정을 거쳐야 해서 1조5000억원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제역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국한한 문제였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 세계 이슈라 돈육 수입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며 “양돈산업, 식품업계, 사료, 첨가제, 동물 약품, 요식업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대량으로 돼지고기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DMZ 부근 야생멧돼지의 살처분과 잔반사료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동물 복지가 좋은 덴마크도 올해 말까지 야생멧돼지를 전부 도살할 계획을 발표했다”며 “우리나라도 DMZ에서 야생멧돼지를 도살해야 한다. 환경부 등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선 필요한 수단이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 잔반사료를 급여하는 농장이 260곳이 있다”며 “환경부 등과 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와 직결돼 있지만, 이 또한 법 제정 등을 통해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발생국을 중심으로 영사콜센터에 문자를 보내고 여행자들이 위험지역에 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의 휴대품 검역·불법축산물 유통 단속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