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배심원들’ 박형식 “답을 모르는 연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쿠키인터뷰] ‘배심원들’ 박형식 “답을 모르는 연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박형식 “답을 모르는 연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기사승인 2019-05-10 07:00:00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에서 권남우는 가장 마지막에 배심원단에 합류한 청년사업가다. 재판 당일 면접을 통해 8번 배심원이 된 권남우는 갑자기 펼쳐진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재판에 몰입해간다. 끝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결국 재판의 흐름을 바꾸는 것도 그다.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이 ‘배심원들’을 촬영하며 느낀 감정도 비슷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첫 영화 현장에 크게 당황했지만 권남우가 그렇듯 조금씩 적응해갔다. 감독이 주문하는 연기 톤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점도 권남우와 닮았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형식은 자신의 연기가 맞는지 계속 불안했다고 털어놔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감독님은 제가 표현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물었더니 ‘그냥 하시면 돼요’라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이전까진 답이 있었어요. 궁금하면 작가님에게 물어보고 답을 만들었는데 답이 없는 상태에서 촬영하니까 계속 불안하고 힘들었던 거예요. 처음에 감을 못 잡으니까 연기 톤을 잡는 데 오래 걸렸어요. 그래도 한 번 맞춰놓으니까 그 이후로는 감을 찾기 시작했어요. 선배님들이 워낙 열정적으로 연기하시니까 아무 생각 없이 있어도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박형식은 홍승완 감독이 주문한 디렉션이 무엇이었는지 나중에 시사회를 보고 깨달았다. 권남우가 처한 극 중 상황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신없는 모습이 필요했다는 의미였다. 배우로서 새로운 연기 접근법을 배운 계기이기도 했다.

“나중에 제가 뭔가를 안 하려고 하니까 상황들이 보였어요. 할 게 있으면 타이밍을 봐서 대사를 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있으니까 정신이 없어지고 새롭고 어렵더라고요. 감독님은 결국 그걸 원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이 믿어달라고 말씀하시니까 믿고 한 번 가보자 했던 거지만, 연기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었어요. 이런 접근도 있구나 싶었죠. 전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 연구해서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두 가지를 적절히 접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형식은 전작 KBS2 ‘슈츠’에서 변호사 역할을 연기한 데 이어 또 법정물에 출연했다. 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배심원들’에서 권남우가 보여주는 소신 있는 태도에 감탄하기도 했다. 


“전 남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그렇게 못할 것 같거든요. 우리가 각자 생각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다 유죄라고 한다면 혼자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건에서 정확하게 아닌 지점이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죠. 모두가 유죄라고 하면 유죄라고 하지 않을까요. 내가 실제 상황이면 남우처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이후 9년 동안 쉼 없이 활동해온 박형식은 다음달 군에 입대하며 공백 기간을 갖는다. 활기차고 밝게 인터뷰에 응한 박형식은 영화 현장의 새로움을 경험하며 많은 걸 얻었다고 했다.

“‘배심원들’을 촬영하면서 재밌었고 새로운 걸 경험해서 좋았어요.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도 전 뭐든 먹어 봐야 한다는 쪽이에요. 새로운 걸 경험해보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걸 경험한 덕분에 충분히 많은 걸 얻었어요. 뭔가 더 많은 걸 하고 싶은 맘이 들었을 때 브레이크가 걸리는 게 개인적으로 아쉽긴 해요. 하지만 그걸 생각해서 뭐하겠어요. 털어버리고 군대에 갔다 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빨리 다시 연기하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U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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