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지 한 달,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우선 쟁점은 낙태 허용 시기다. 지난달 11일 헌재는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임신 22주 내외 이전으로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기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관 3인은 임신 14주까지는 어떠한 사유도 요구하지 않고 임산부의 판단으로 낙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헌재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 스스로 낙태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반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로 정했다. 재판관들 조차 낙태 허용 시기에 대한 견해가 엇갈린 것이다.
참고로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들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낙태 가능 시기에는 최소 8주에서 최대 24주까지 제한을 둬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있다. 별도로 명시하지 않는 대다수의 국가는 12주 이전에 시행토록 하고 있다.
관련해 지난달 15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임신 기간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달리 적용하자는 것이다. 또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산부의 판단만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14주에서 22주까지는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낙태를 허용토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낙태 수술 진료거부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낙태 수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진료거부권 보장을 요구했었다. 현 의료법은 의사의 진료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밖에도 임신중절수술 재교육, 먹는 낙태약 ‘미프진’ 도입 여부, 낙태 건강보험 적용, 생물학적 아버지 고지되지 않은 낙태 분쟁 등 논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 산재한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여성계·종교계·의료계·시민사회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의견수렴) 시기나 참석자 등을 조율 중”이라면서 “사회적 쟁점이 큰 사안인만큼 여러 측면을 살펴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