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처방 시 ‘약국 지정해달라’ 말하세요.”
지역에 위치한 대형병원 인근 약국들이 내원 환자들에게 과도한 홍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천안단국대병원 앞. 이곳의 약국들은 저마다 ‘OO약국을 지정해주세요. 약국 오는 동안 조제해 놓겠다’, ‘처방전을 받을 때 OO약국을 지정하면 미리 조제해 놓겠다’ 등 병원 내원 환자의 약국 이용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병원 내 키오스크 도입이다. 키오스크란, 무인으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기계다. 환자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병원 인근에 있는 5개의 약국 중 하나를 선택, 처방전을 사전에 넘기거나 따로 발급받아 원하는 약국에서 조제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했다는 키오스크가 약국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천안단국대병원 측은 “환자 편의를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임대업체에 유지보수·관리 등을 맡기고 임대료만 납부하고 있을 뿐”이라며 “병원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약국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 역할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충남시약사회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키오스크를 통한 약국 지정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키오스크가 특정 약국과 병원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동네약국은 죽고, 소수의 약국이 독식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는 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특정 약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키오스크는 약사회 자체적으로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다”면서 “키오스크 도입은 약국에서 돈을 벌어서 병원에 돈을 주는 형태로, 이익이 없는 곳에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병원과 약국의 담합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키오스크에 등록된 약국들조차 불만을 표출한다. A약국장은 “병원과 다른 약국 간의 담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환자가 처방전을 받을 때 약국을 유도하는 사람이 옆에 있거나 키오스크로 약국을 소개하는 과정, 순서를 통해서도 환자를 본인의 약국을 지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키오스크 등록을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키오스크) 등록 전후 매출 변화가 크게 없고, 키오스크 업체로부터 처방전 건당 100~2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어 오히려 손해”라며 “인근 타 약국들이 전부 등록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등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대형병원 등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약국을 지정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환자 요청으로 처방전 정보를 특정 약국에 전송하는 것은 문제없다. 환자의 약국 선택에 있어서 의사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키오스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병원과 약국의 담합이 있는지는 전후 상황, 선후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환자가 어떤 약국을 가고 싶었는데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 약국과 의료기관이 연관이 있는 상황임을 표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약국에서 키오스크에 대해 어떠한 시스템인지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