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고정된 성 역할로 인식되는 ‘남자=의사, 여자=간호사’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의대생 중 여학생 수는 5416명으로 34.9%, 간호학과를 다니는 남학생 수는 9536명으로 20.9%를 기록했다. 지난 1985년 의대를 다니는 여학생 비율이 16.1%, 간호학과를 다니던 남학생이 0.4%였던 것과 비교하면 의료 관련 직업에 대한 고정된 성 역할이 많이 변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85년부터 94년까지의 간호학과 남자 학생 수는 10명 안팎으로 극히 적었고 1996년부터 20명 이상으로 늘었지만, 전체 1% 미만이었다. 2001년 120명으로 1%를 넘겼고 지난해 9536명으로 20.9%를 기록하며 매우 증가하고 있다.
간호학과가 남학생에게 인기가 상승한 이유에 대해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고 간호사에 대한 남자의 기피 현상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이사는 “남자 간호사는 병원을 비롯해 보건 분야 공무원, 보건진료원, 간호 장교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 간호사에 대한 처우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서며 국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취업 걱정 없는 간호학과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라며 “예전에는 탈의실도 별도로 없고 수술실·중환자실 등 근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위치에 주로 배치됐지만, 지금은 남자 간호사가 워낙 많이 배출돼 일반 병동도 같이 배치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자 의대생의 수는 1985년 2963명으로 16.1%의 비율에서 점차 올라가 지난해 5416명으로 34.9%까지 올라갔다. 여자 의사 수는 1980년 3070명에서 2017년 30895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의사 중 여의사 비율도 25.4%로 지난 1980년보다 13.6%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여의사에 대한 성 평등은 아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한국여자의사회는 주장했다. 한국여자의사회가 남녀의사 총 1170명을 대상으로 ‘의료계 성 평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47.3%의 여성, 취직 과정에서 여성의 37.4%가 ‘성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라 답했다. 차별의 원인으로는 ‘출산/육아/가사’, ‘남성 기득권’ 등을 가장 높게 꼽았다.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는 “여의사들이 일하면서 아가씨라고 불린 적이 있다는 응답도 50%가 넘었다”며 “여의사 수가 늘었지만, 처우 개선은 꾸준히 필요하다.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여성이 많아진 과에서는 배려가 되지만 외과계열이나 수술실·당직실에서 여성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곳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성별에 따른 TO 비율을 조정하는 곳들도 많다”며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저촉돼 불법이라는 것을 의료인도 알아야 예방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말도 못 하던 시절에서 언급할 수 있게 된 것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계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희철 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의료계의 성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임신과 출산이 여성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인식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