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병원 종사자?…“근로시간 소외 영역 존재”

‘주52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병원 종사자?…“근로시간 소외 영역 존재”

보건업 주당 평균 근로 45.6시간이지만 “근로시간 적정하다” 답한 간호사 2.4%

기사승인 2019-05-31 00:00:10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직군에 보건업이 제외되면서 의료기관 종사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잦은 이직과 후속 인력 충원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실제로 간호사‧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 가운데 ‘현재의 근로시간이 적정하다’라는 응답은 5.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 인력에서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종사자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45.6시간으로 ‘주 52시간’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장근로‧초과근로 및 보상, 휴게‧휴식의 보장 등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근무시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병원을 중심으로 보건업 종사자들의 근로시간과 근로형태 등을 분석한 연구보고서 ‘근로시간 단축 추세에 따른 보건업 대응 방안 마련 연구’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용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응답자 2만 8662명, 이하 실태조사)’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 연맹의 ‘병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응답자 1377명)’ 결과 등이 포함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15년 49.8시간으로 가장 높았고, 2016년에는 45.6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직종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조리(배식) 종사자가 47.2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이어 간호사가 46.6시간, 기계‧전기 등 시설관리 종사자가 45.6시간, 방사선사와 연구직이 각각 45.1시간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을 ‘장시간 근로’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를 초과해 근무한다는 응답자는 10.8%로 집계됐다. 세부 직종별로는 조리(배식)종사자의 비율이 26.2%로 가장 높았으며, 시설관리(기계‧전기 등) 종사자 16.2%, 요양보호사 15.4%, 방사선사 12.5%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은 간호사 인력의 주 52시간 이상 근무자 비율은 12.0%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봤을 때 병원 근무 인력 대부분 초과 근로를 하고 있지만, 주 52시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고려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간호사는 교대제 근무 유형이 작동하기 때문에 인수인계가 필수적인데, 인수인계 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하는지는 기관마다 상이하다. 또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교대 이후에도 퇴근이 늦어지는 연장 근로가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는 소위 ‘콜 근무’라 불리는 긴급 호출에 대비한 대기근무가 발생한다.

실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개월간 병원의 전체 직종의 연장근무 경험률은 72.5%로 집계됐다. 직종별로는 간호사의 연장근무 경험률이 87.9%로 가장 높고, 사무행정‧원무 56.2%, 방사선사 50.9% 순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근무하는 연장근로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82.2분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로가 발생 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업무 하중’, ‘인수인계 등 업무 준비’ 등이 언급됐다.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 측면 역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무에 대해 전액 보상받고 있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으며,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간호사(62.3%), 간호조무사 (60.9%) 등 간호인력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휴게 및 식사시간은 평균 39.2분이었고, 한 달에 평균적으로 5.0회의 결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사는 휴게 및 식사시간의 보장에서 응답 직종 중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하루 평균 휴게 및 식사시간이 30분에도 미치지 못한 29.7분이었고, 월 평균 결식 횟수가 5.9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관측된다. 근무시간 중 식사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21%에 이르렀으며, 식사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2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35.7%였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식사시간이 없거나 20분 미만인 경우가 69%를 차지했다.

실태조사에서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51.4%에 불과했다. 특히 간호사 직종은 연차휴가 사용에서도 열악함을 보였는데,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응답이 41.6%였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서도 근무시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종사자 수가 300인 이상인 경우와 5~9인인 경우 각각 주당 165.2시간과 167.6시간으로 전체 보건업의 평균 근로시간을 하회하나, 1~4인 인 경우는 171.4시간으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30~99인 및 100~299인인 중소병원 역시 171.2시간으로 긴 근로시간을 보였다.

 

지난해 보사연이 장시간 근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 결과에서 근무시간이 ‘적정하다’라고 응답한 인력은 5.7%에 머물렀다. 즉, 거의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어떤 이유로든 장시간 근로가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장시간 근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력 구인의 어려움’과 ‘관행화된 초과근로문화’가 각각 34.2%, 34.0%로 조사됐다.

연구책임자인 윤강재 연구센터장은 “간호인력은 인수인계를 위한 준비 시간이 불가피하나, 실제 현장에서 이를 인정하는 비율은 높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작업장에서 작업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근로대기’와 사용자가 지정한 장소에 머물며 즉시 근로를 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대기근로’는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 추세가 보건업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형병원, 의사‧간호사 인력 이외 직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의료기사를 비롯한 병원 내 종사 인력에 대해서는 우선 실태 파악부터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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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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