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암을 일으키는 융합유전자 유전체 돌연변이의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김영대 서울의대 흉부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폐암을 일으키는 융합유전자 돌연변이의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지금까지 흡연이 폐 선암의 가장 큰 발병인자로 알려졌지만 암 융합유전자 돌연변이 등에 의한 암 발생은 대부분 비흡연자에게서 발견됐다. 융합유전자로 인한 환자는 전체 폐 선암 환자의 10%를 차지했지만, 이 돌연변이 생성과정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간 부분들을 총망라해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서열 분석기법’을 대규모로 족용했다. 138개의 폐 선암 사례의 전장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생성·분석해 암세포에 존재하는 여러 양상의 유전체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특히 흡연과 무관한 폐암의 직접적 원인인 융합유전자를 생성하는 유전체 구조 변이의 특성을 규명했다.
유전체에 발생하는 구조적 변이는 DNA의 두 부위가 절단된 후 서로 연결되는 단순 구조 변이와 DNA가 많은 조각으로 동시에 파쇄된 후 복잡하게 서로 재조합하는 복잡 구조 변이로 나뉜다. 암세포는 주로 복잡 구조 변이에서 발견된다. 연구팀은 70% 이상의 융합유전자가 ‘유전체 산산조각 현상(chromothripsis)’ 등 복잡 구조 돌연변이에 의해 생성됨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정밀 유전체 분석으로 복잡 구조 돌연변이가 어린 나이에도 이미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포의 유전체는 노화에 따라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점돌연변이가 쌓이는데 연구팀은 이를 통해 특정 구조 변이의 발생 시점을 통계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10대 이전의 유년기에도 복잡 구조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암을 일으키는 융합유전자 돌연변이가 흡연과 관련 없이 정상 세포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단일 세포가 암 발생 돌연변이를 획득한 뒤에도 실제 암세포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요인들이 오랜 기간 누적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흡연과 무관한 폐암 발생 과정에 대한 지식을 한 단계 확장했다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향후 폐암의 예방·선별검사 정밀치료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빅데이터의 신속한 정밀 분석도 수행했다. 주영석 교수는 “암유전체 전장서열 빅데이터를 통해 폐암을 발생시키는 첫 돌연변이의 양상을 규명했으며, 정상 폐 세포에서 흡연과 무관하게 이들 복잡 구조 변이를 일으키는 분자 기전의 이해가 다음 연구의 핵심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세계선도의과학자 육성사업, 서경배 과학재단,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실지정기부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하버드 의과대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립암센터 연구자들도 연구에 함께 참여했고 이 자료는 국제 학술지 ‘셀(Cell)’ 온라인판에 30일 게재됐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