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자본에 맞설 전략은 국가의 투명성 전략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시민건강연구소는 4일 논평을 통해 “의약품을 비롯한 보건의료 제품들의 연구·개발·임상시험·생산·가격·특허 자료에 대한 전반적인 투명성이 각국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도 의약품·백신 등에 대한 시장의 투명성 증진에 대해 다뤘다”며 “의약품 생산을 위해 공적 자금이 얼마나 투여됐는지, 개발비가 얼마인지는 그 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정보다. 가격 정보가 왜곡된 채 다른 국가에 전파되는 상황에 ‘투명한’ 가격 정보는 누군가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게르베의 리피오돌, 고어사의 인공혈관 등에 대해서 두 단체는 제약사가 주장하는 가격 정보 외에 근거로 삼을만한 자료가 없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실제 약가가 공시 약가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제약사 임원들의 고백이 나오고 있지만, 실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 단체는 “치솟는 보건의료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 허가받은 척수성 근육 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의 경우 약가가 25억원에 육박해 가격 문제가 단순히 개발도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 문제다. 세계보건총회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 세계인의 건강 증진에 핵심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과 백신이 수십억을 호가하는 사치재가 돼가고 있다”며 “그 대부분은 실체가 없는 가격들인데 참조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제약사의 요구에 맞춰 약가를 부풀려 발표하는 위험분담제(RSA)가 시행 중이다. 이 부풀려진 약가가 해외에 영향을 주고 다시 돌아 한국 약가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제약사의 비밀 약가 정책이 모두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능후 장관이 세계보건총회에서 말했듯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투명성 확보·국제적 공조가 필수”라며 “투명성을 강화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국내법에 도입하고 환급형을 포함한 위험분담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제약·의료기기 산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요구다.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의 바이오헬스 정책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총회는 회원국들이 각 국가 규정에 맞춰 ▲보건의료제품 실제 지불 가격 공유 방안 세울 것 ▲임상시험 결과 데이터, 임상시험 비용 등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판매 수익, 가격, 판매량, 마케팅 비용 등에 대한 정보 보고 협력 ▲특허·시판 허가 상황에 대한 공적 보고 촉진 ▲개발 생산 위한 국제적 협력 연구로 국가 역랑 증진 등을 하기로 결의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