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희 삼성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철저한 조사·재발방지대책 마련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 ▲음압병실 증실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등을 약속했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확산의 진원지라는 불명예를 않은 삼성서울병원,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이 부회장이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 부회장의 사과를 두고 여러 매체에서 사과의 ‘정석’이라며 호평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의료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던 이재용 부회장, 사과문을 통해 약속했던 네 가지 사항은 얼마나 이행됐을까.
사태 발생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르스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서울삼성병원 관계자는 “당시 병원에 있던 자료를 정부에 모두 전달했다. 메르스의 원인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나서서 확인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의료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 서울삼성병원은 ▲발열 호흡기 진료소 설치 ▲면회시간 제한 ▲각 병동 슬라이딩도어 설치 ▲감염병대응센터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지난해 추가로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 발병했을 때 질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음압병실에 대해서는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병실은 음압 상태로 가동했지만, 병원 건립 이후에 정부에서 규격이 정해져 그에 맞추지 못했었다”며 “2016년 8개의 음압병실을 만들었다. 올 연말까지 정부 기준에 따라 병상 수를 17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신·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에 메르스 백신 개발 후원금으로 올해까지 41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백신이라는 것이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연구비만 지원하는 상황이라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법적 다툼도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내린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고 병원에 지급하지 않은 메르스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물어 병원에 업무 정지 15일 처분을 내렸지만, 환자의 불편을 고려해 과징금 806만2500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이 행정처분을 토대로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 메르스로 인한 손해 보상액 607억원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복지부는 병원이 메르스 환자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며 장관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역학조사관의 의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은 장관의 명령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역학조사관 의무 역시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즉각 항소했고 지난달 27일 항소심 1차 변론이 진행된 상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