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다른 데는 멀쩡합니다.
단지 엄지발가락 통증만으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향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작은 부위지만,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
통풍 때문입니다.
통풍이란 이름 자체가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해서 붙여진 겁니다.
과거에는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상류층 사람들이 주로 걸린다고 해서 일명 귀족병, 황제병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식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최근엔 발병 범주가 넓어졌습니다.
통풍은 한 번 걸리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주의하고 예방하는 생활습관 개선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리포트>
2년 전부터 통풍을 앓고 있는 박진수(가명) 씨.
이따금씩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마저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몸을 움직일 때만 아팠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가만히 앉아있기도 어렵습니다.
박 씨는 최근 약물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관리를 해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박진수(가명) 43세·통풍 환자
“젊은 나이인데 이후에도 관절에 문제가 생길까봐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 되거든요. 그리고 통증이 또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되게 커요. 그래서 한번 조금 또 아프면 걱정되고 그런 것 때문에 조심하게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박 씨와 같은 통풍 환자 수는 2014년 30만여 명에서 지난해 43만여 명으로 4년 새 39%나 증가했습니다.
그나마 이 숫자는 환자가 병원 처방 등을 받아 통계에 잡힌 것으로,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녀 성비를 보자면, 9대1로 남성의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통풍은 혈액 속 요산이란 물질이 침착되면서 생기는 병인데, 여성의 경우는 적어도 폐경 전까지 여성호르몬이 작용하면서 요산을 제거하는 기능이 유지됩니다.
최찬범 교수 /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들이 요산이 실제 침착돼 있는 모습을 보시는 겁니다. 정상적으로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이고요. 이런 것들이 혈액에서 수치가 높다보니까 흘러나와 관절에 침착돼 있는 모습을 이렇게 초록색으로 볼 수가 있어서, 이 경우 무릎 관절 주위에 요산이 침착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통해 양도 측정할 수 있는데요. 부피를 보게 되면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측정이 가능한데, 다행히 이분 같은 경우에는 양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침착돼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환자 같은 경우에는 통풍이 보일 수 있는 전형적인 요산 침착 소견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풍의 진행은 크게 네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단계는 요산 농도는 높아졌지만,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2단계로 들어서면 발가락 같은 작은 부위가 찌릿하고 붓는데, 이때 통증이 워낙 심해 ‘발작’이란 표현까지 씁니다.
3단계에서는 잠복기를 거칩니다.
대개 6개월 또는 2년 사이에 2단계 때보다 더 심한 발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 4단계로 진행되면 여러 관절에 걸쳐 광범위한 손상이 나타날 수 있고, 두툼하게 솟은 결절 덩어리가 보일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우리 몸속에는 ‘퓨린’이라는 필수 단백질 성분이 있습니다.
퓨린은 육류의 내장, 등푸른 생선 등을 섭취하면서 얻을 수 있는데요.
이 퓨린이 에너지 대사를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는 찌꺼기가 바로 ‘요산’입니다.
요산 생성이 늘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축적될 때 문제가 생기는데요.
찌꺼기가 쌓여 요산 결정체가 만들어지면, 백혈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을 하면서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통풍은 비만이 있거나 고혈압 또는 콩팥병이 있는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서 자주 발생합니다.
주로 50세 이후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지방식을 선호하는 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최근 5년 새 20대 통풍 환자 증가율은 무려 70%, 30대는 55%로 두드러집니다.
<리포트>
최찬범 교수 /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관절에서 관절액을 뽑은 다음 눈으로 결정체를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요산 결정체를 볼 수 있고요. 편광현미경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빛의 굴절에 따라 색이 변하는 것을 보게 되면 요산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고요. 왜냐하면 관절에 통풍 같은 염증을 일으키는, 결정체를 일으키는 질환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산이란 물질 말고도 다른 결정체들도 통풍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감별하는 데 있어서는 눈으로 직접 요산 결정체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고요.”
관절액 추출 검사와 함께 혈액 검사를 시행하고, 이어 엑스레이나 초음파, CT 검사를 병행하면 몸속에 쌓인 요산의 농도, 요산이 뭉친 부위, 더불어 그 손상 정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통풍은 그 자체로도 고통이 될 수 있지만, 더 문제가 되는 건 합병증입니다.
염증이 지속될 경우 관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넘치는 요산으로 인해 신장이나 심장에도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최찬범 교수 /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대표적으로 콩팥 쪽에 문제가 생깁니다. 요로결석이나, 돌 같은 것이 생기는 것들이 생길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신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으로 갈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지게 되고요. 신장뿐 아니라 심장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에 있어 요산이 또 한 가지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높게 유지될 경우 심장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서 방치하게 되면 단순히 관절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이나 심장 같은 주요 장기 쪽에도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잘 관리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풍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게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인데요.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피하고, 체중 감량을 위해 과식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더불어 혈압 및 콜레스테롤 관리 등이 함께 이뤄질 때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물론 병원에서 요산 생성을 억제하거나 배출을 촉진하는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을 투여한다고 해서 금세 좋아지긴 어렵습니다.
통풍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계속해서 조절해 나가야 하는 질환입니다.
약도 약이지만, 몸의 바탕이 되는 생활습관을 잘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의들은 특히 통증 등의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적극적인 치료나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검사를 통해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시작하면 관리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 포털에서 영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 쿠키영상(goo.gl/xoa728)을 통해 시청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