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이른바 ‘네트워크병원’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유인즉슨,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1인1개소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네트워크병원이 1인1개소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고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법 위반과 별개라는 판결을 내렸다. 의료법상으로는 1인 1개소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였다.
건보공단과 의료계가 요양급여를 두고 대립하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개정된 1인1개소법 때문이다. 기존에 의료기관 ‘개설’ 법률 조항에 ‘운영’을 추가되며 입장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의사들이 동업 등으로 한 장소에 개원할 수 있지만 같은 브랜드(네트워크로) 여러 명이 각기 다른 지점을 공동 창업하거나 운영할 수는 없다.
때문에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제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1인1개소법의 법리 문제를 인정하고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한 명의 개설자라 한 곳에서 하나의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함은 국민에게 성실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료인의 사명으로 제재를 하지 않으면 과도한 영리 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디치과 등 네트워크병원들은 “이번 판결로 네트워크병원이 정상적인 의료기관임을 인정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사무처장은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병·의원은 사무장 병원과 다를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정 사무처장은 “의료인이 직접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을 투자해 경영해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은 비의료인이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는 네트워크병원이 과잉진료·부당진료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환자들이 네트워크병원이 저렴해 좋다고 여길 수 있지만, 핵심은 필요한 상황에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경영자 입장이라면 과잉 진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치협 1인1개소법 사수 및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의 환수가 적법한지 여부를 따지는 문제였다”며 “법 조항에 명문화되지 않은 것이 문제이며, 개설 자체가 불법의료기관인데도 진료가 적법하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네트워크병원이 사무장병원과 다른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무장 병원은 위반 시 의료기관 개설허가가 취소되지만,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5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조항도 다르다. 또 명의를 빌려준 경우도 사무장병원은 처벌을 받지만 1인1개소법 위반 시에는 처벌조항이 없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합헌’ 판결을 기대했다. 그는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결국 의료영리화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옳지 않은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네트워크병원 측의 반응은 사뭇 대비된다. 고광욱 유디 대표이사는 “그간 재판의 쟁점은 단 하나로, 네트워크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가 반사회적인 해악을 끼친다고 볼 수 있느냐다”면서 “실제 요양급여환수처분 대상을 규정한 법조문에 1인1개소법 위반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률적 근거가 없는 환수처분일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이 ‘반사회적인 해악을 끼치는 경우’라는 조항을 근거로 환수처분을 강행했다는 것이 고 대표이사의 주장이다.
이어 “이번 대법 판결은 네트워크병원이 정상적 의료기관의 하나로 인정된 것”이라며 “매우 상식적인 판결로, 유디치과가 지향하는 네트워크병원이 정상적인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헌재의 1인1개소법 위헌여부 결정에 대해 고 대표는 ‘위헌’으로 결론날 것을 확신했다. 그는 “2016년 이 건과 관련해 열린 공개변론에서 합헌을 주장하는 쪽과 위헌을 주장하는 쪽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즉, 문제는 네트워크병원이 공익을 훼손하는지 여부라는 이야기다. 고 대표는 “합헌을 주장하는 측은 과잉진료·불법 진료 등으로 주장했지만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네트워크병원이 공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증명돼 위헌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입장별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대법 판결이 향후 1인1개소법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