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 ‘모호한’ 여성 친화 펀드 허실…수익률마저 바닥

메리츠자산운용 ‘모호한’ 여성 친화 펀드 허실…수익률마저 바닥

메리츠자산운용 ‘모호한’ 여성 친화 펀드 허실…수익률마저 바닥

기사승인 2019-06-19 05:00:00

메리츠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여성 친화 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메리츠더우먼펀드’가 담대한 계획과 달리 저조한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다. 내외부적 요인에 따른 증시 침체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액티브주식펀드 평균 수익률(연초 이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펀드는 존 리 사장이 직접 운용을 맡아 화제가 된 상품이기도 하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당시 KB국민은행 부행장)도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펀드에 담긴 주요 종목들이 여성 친화적 기업인 것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상태다. ‘유리천장 깨기’라는 취지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적용한다지만 남녀 임금 격차 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모레퍼시픽, 한미약품 등은 수년 간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메리츠더우먼펀드 액티브주식 평균 수익률에 비해 저조 =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이 관리하고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여성친화펀드 ‘메리츠더우먼펀드’의 수익률(6월 17일 기준)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기준 수익률은 마이너스(-) 0.76%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액티브주식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3.41%, 연초 이후 기준)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 지난해 11월 설정 후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면서 약 13%(2019년 4월 16일)가 넘는 수익률을 냈으나 점차 하향곡선을 타고 있다. 이에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설정 이후 수익률은 본다면 아직까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태다. 또한 벤치마크지수 평균 수익률 보다는 상회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펀드 수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 여성친화적 기업 기준 여전히 모호 = 펀드 내 담긴 주요 종목들이 여성 친화적 기준으로 기업인 것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더우먼펀드 주요 종목 열 곳을 살펴 본 결과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속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남녀 임금 차이도 큰 괴리를 보였다. 주요 종목 10개 중 여성 직원의 급여가 남성 보다 높은 곳은 덕산네오룩스(4.16% 비중)가 유일했다. 이 기업도 여성 직원 수는 전체 16%에 불과했고, 여성 임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펀드에 두 번째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세계인터네셔날도 전체 임원 17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남성의 연봉(7800만원)과 비교해 여성 직원(4600만원)의 평균 급여가 크게 낮았다. 여성 임원 비중이 많은 한미약품, 아모레퍼시픽도 남녀 급여 차이는 큰 것으로 집계됐다.

CJ대한통운과 같은 물류 및 건설 중심의 회사도 여성친화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여성 임원(2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CJ그룹 오너일가 이미경과 이재현 회장의 부인 김희제 씨가 임원으로 등기된 상태다. 여성친화적 관점에서 임원들이 구성된 것이 아닌 오너 기업의 특성에 가깝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남녀 간 연봉 차이는 약 1.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이지만 사실 마케팅이나 이슈 메이킹 측면이 더 커 보인다. 특히 젠더에 매몰될 경우 투자 펀드로서 기능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유리천장 깨기라는 사회적 이슈로 본다면 긍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으나 실제 표본을 삼을 의도였다면 국내 기업 외 글로벌 기업도 함께 아우르는 투자 방식이 낫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단순히 수치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정량적인 지표 외에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정성적인 부문까지 체크했다”며 “직접 관련 기업을 탐방하고 어떤 기업이 여성 친화적 정책을 적용하는지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성 형평성을 향상 시키기 위한 투자라는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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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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