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대장암의 80%는 원발암 종양이 일정 정도 이상의 크기로 자라기도 전에 전이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전까지 암세포의 전이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자적 변화들이 쌓여 생긴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이동해 새로운 부위에 뿌리를 내리는 특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 것. 이 가설에서는 원발암 발달 과정의 늦은 단계가 돼야 암세포의 전이가 일어난다고 봤다.
이 가설에 대해서 크리스티나 커티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의학·유전한 교수팀은 원발암의 유전적 패턴을 종양 조직검사와 비교해 암 발생 초기에 전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교수팀이 공개한 연구 개요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 사망 원인 2위인 암이다. 대장암은 간으로 가장 많이 전이되며, 뇌에 전이되게 된다면 대부분 사망하게 된다.
커티스 교수팀은 대장암 환자 각자의 전이 시점을 재구성하고 종양의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암 유발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3000여명의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했다.
이후 간이나 뇌에 전이된 대장암 환자 23명을 추려내 원발암의 유전적 변이 패턴을 종양 조직검사 결과와 비교했다. 원발암 세포와 전이암 세포를 비교한 결과 21명의 환자 중 17명에서 전이 종양이 단 하나의 세포나 유전적으로 비슷한 작은 세포군에서 크기 시작한 것이 확인됐다.
커티스 교수는 과반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원발암이 임상적으로 검진되기 전에 암세포가 퍼져 자라기 시작했다면서 원발암 발생 초기부터 암세포가 전이 능력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이 발생 시점을 정확히 알기 위해 연구팀은 원발암 종양의 크기에 따라 암세포 전이 확산 시점을 측정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통계 기법을 개발했다. 대장암 초기 전이 확산을 입증하는 최초의 정량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팀이 밝혔다.
연구팀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 938명과 비 전이성 대장암 환자 1813명에게 연구결과를 적용해 전이 예측성이 높은 변이 조합을 찾아냈다. 전통적인 대장암 유발 변이와 PTPRT 유전자 변이가 동시에 생기는 환자는 대부분 전이성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연구팀은 특정한 변이 조합에 기반을 둔 생물표지를 개발하면 암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큰 대장암을 조기 검진해, ‘변이 맞춤형’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