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의약계가 정치권을 향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일 의사협회 총선기획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총선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총선기획단의 역할은 ▲보건의료 정책제안서 각 정당 전달 ▲정당별 보건의료공약 장·단점 분석 ▲총선 홍보 및 투표 참여 독려 등이다.
의협은 의료정책 반영을 위한 유권자 운동과 의사 출신의 국회의원 후보자 발굴 및 지지 활동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려 사항은 의협의 의료정책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여부다. 총선기획단은 오는 23일 서울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시작한다.
의협 관계자는 “국회에서 의료계 입장을 많이 반영해주길 바란다”며 “제대로 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입장을 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으며, 정치적 움직임이라기보단 국회가 제대로 활동하길 바라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약사회도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는 오는 7월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2019년 전국 주요 임원 정책워크숍’에서 총선기획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진 않았다.
약사회 관계자는 총선기획단과 관련해 “정책 수립에 있어 국회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약사의 의지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현 정부 하에서 여러 직능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가 나오고 있어 국회도 관련 입법과정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둔 활동은 아니며 정책 조언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거듭 강조했다.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윤영철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장은 “약사회의 총선기획단 구성은 물밑작업을 통한 공천작업, 공약개발 등이 주된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약계 단체장이 공적 기구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총선기획단을 발족하면 공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조직의 만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개인이 정치인을 두루 만날 기회로 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내부 꿍꿍이는 모르겠지만 복잡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 사무처장은 “전문가단체의 역할을 해야 하는 단체들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총선기획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벤트에 불과하다. 사회에서 전문가의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의사들의 이익단체의 역할을 한 지 오래다. 격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들의 이해관계를 정치권에 반영하는 로비단체가 되겠다는 것을 국민이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본인의 이익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좋은 전술이 아니다. 내부 정치용으로 의사 회원들에게 좋을지 모르겠지만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사들끼리 밥그릇 더 챙기겠다고 보일 텐데 좋게 보일 리 없다”면서 “말로는 국민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 국민이 그렇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국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대중적인 지지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