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어선, 삼척 앞바다서 대기하다 날 밝자 진입…軍, 대국민 사과

북한어선, 삼척 앞바다서 대기하다 날 밝자 진입…軍, 대국민 사과

기사승인 2019-06-20 10:28:42

북한어선이 강원 삼척항 앞바다에서 엔진을 정지시켜놓고 대기하다 날이 밝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어선은 해상에서 엔진 기관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지난 15일 삼척항에 입항했다. 삼척 인근 먼 바다에서 대기하다 당일 오전 5시 일출이 시작되자 엔진을 다시 켠 것이다. 야간에 입항할 경우 군의 대응사격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함경북도 집삼 포구에서 출항, 함께 출항한 25~26척의 배와 고기잡이를 진행했다. 지난 12일 오전 선단에서 떨어져 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오전 울릉도 근처에 닻을 내렸다가 삼척 방향으로 출항했고 14일 오후 늦게 삼척 앞바다에 도착한 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삼척항 인근 CCTV를 살펴보면 북한어선은 항구로 이동하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15일 오전 6시14분 북한어선이 삼척항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 내려왔다는 군 당국의 설명과 달리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후 10분 뒤인 오전 6시24분 부두에 정박했다.

항구에 발을 디딘 이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우리 측 민간인이었다. 우리 측 주민은 특이한 차림새에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했다. 이 중 한 북한 주민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우리 측 주민은 같은 날 오전 6시50분 112에 신고했다. 

해경은 신고된 지 40여분 뒤인 오전 7시38분 삼척항 인근에 경비 활동 중이던 50t급 함정을 이용해 보안유지가 용이한 동해항으로 어선을 예인했다. 군 트럭이 도착한 것은 해경이 출동한 지 1시간이 지난 뒤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정 장관은 20일 오전 11시 국방부에서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리겠다”며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는 같은 날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동해 작전 부대를 급파했다. 합동조사단은 북한어선 상황과 관련해 경계작전 업무 수행의 사실관계를 규명할 방침이다. 허위보고나 은폐를 시도한 점이 있는지도 조사한다.   

정부도 사과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민에게 큰 심려를 드렸다. 그 점에 대해 깊게 사과한다”며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한 사람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계체계와 장비, 태세 등의 문제를 신속히 보완해 다시는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해상·해안 감시망이 통째로 뚫렸다며 엄중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특히 야4당은 군 당국의 은폐 의혹 등을 지적하며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다만 삼척항까지 진입한 이들은 모두 북한 민간인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장 사무실에서 바른미래당 소속 이혜훈 위원장에게 “2명은 귀순 의사가 있었던 것 같고 나머지 2병은 귀순 의사가 없던 상황에서 선장에게 휩쓸려 내려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60대 선장 남모씨는 ‘가정불화’를 이유로 들었다. 귀순 의사를 밝힌 또 다른 선원 김모씨는 한국영화를 시청한 혐의로 국가보위성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이 두려워해 남측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김씨와 남씨 외 다른 2명의 선원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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