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한국에서 뽑아 든 ‘엑스칼리버’ 전설 될까

[쿡리뷰] 한국에서 뽑아 든 ‘엑스칼리버’ 전설 될까

한국에서 뽑아 든 ‘엑스칼리버’ 전설 될까

기사승인 2019-06-25 07:07:00

아더왕의 전설이 한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압도적인 무대와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후 질문을 남긴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정해진 운명인가, 인간의 행동인가.

‘엑스칼리버’는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남자’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세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2014년 스위스 세인트 갈렌 극장에서 ‘아더-엑스칼리버’라는 타이틀로 선보인 후 개발 단계에 있던 공연의 월드와이드 판권을 EMK가 확보했다. 이후 약 5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공개됐다.

베일을 벗은 ‘엑스칼리버’는 평범했던 소년 아더가 어른으로 성장해 진정한 왕이 되는 여정을 그렸다. 아더를 비롯해 랜슬럿, 기네비어, 모르가나 등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욕망과 싸우는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아버지 액터와 평화롭게 살고 있던 소년 아더는 열여덟 생일에 자신을 찾아온 마법사 멀린 때문에 자신의 탄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 후 분노와 비탄에 빠진다. 하지만 멀린의 도움으로 바위에 꽂혀 있던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고, 색슨족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분열된 땅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나선다.

아더는 이 과정에서 긍정적이고 무술실력이 뛰어난 기네비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멀린의 예언에 따라 그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결혼식 축하연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아더는 다시 혼란에 빠지고 인물들은 각자의 욕망과 싸움을 벌인다.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거대한 규모의 무대다. ‘엑스칼리버’ 무대는 10년간 여러 대형 뮤지컬을 올린 EMK의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깊이를 충분히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공중 무대와 본무대를 통해 아더가 이끄는 군사와 색슨족을 대비한 연출도 감탄사가 나온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의 드라마틱한 음악도 극을 풍성하게 완성하는 데 한몫을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을 다수 작곡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듯 보인다. 휘몰아치는 넘버들은 ‘엑스칼리버’에 긴장감과 장엄함을 더한다.

다만 넘버 대다수의 음역대가 넓고 고음이 연속되는 것이 장점으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절규하듯이 마무리하는 곡도 많은데 인물의 감정을 폭발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기엔 효과적이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피로감이 들 수 있다.

거대한 규모에 비해 서사와 연출 면에서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2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무엇도 담지 못했다는 인상도 든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기네비어의 쓰임새나 아더의 분노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고민해 볼 부분이다.

주인공 아더 역을 맡아 지난 19일 처음 무대에 오른 세븐틴 도겸은 성공적인 뮤지컬 데뷔를 알렸다.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 모두 합격점이다. 모르가나 역을 맡은 신영숙이 열창한 ‘아비의 죄’는 두고두고 귓가에 남는다. 배우 엄기준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신의를 두고 갈등하는 랜슬럿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기네비어 역의 민경아도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멀린을 연기한 손준호는 극의 중심을 잡는다.

‘엑스칼리버’는 오는 8월 4일까지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김준수, 카이, 도겸, 신영숙, 장은아,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 민경아, 김소향 등이 출연한다. 인터미션 포함 155분. 만 8세 이상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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