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에너지효율인증 ‘에너지스타’ 도입되나

우리도 에너지효율인증 ‘에너지스타’ 도입되나

기사승인 2019-06-25 18:26:55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예상치의 37%이상 감축해야하는 목표달성을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의료기관을 시작으로 건축물 용도별 특성을 반영한 에너지 관리모델을 구축해 미국에서 시행하는 ‘에너지스타(Energy Star)’와 같은 인증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스타는 흔히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 쓰는 가전기기나 조명 등에서 볼 수 있는 표식으로, 1992년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만들었다. 해당 표식이 붙은 제품은 에너지효율이 높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현재 미 환경보호청은 일반 제품을 넘어 은행, 기숙사, 사무실, 슈퍼마켓 등 용도별 건축물에도 에너지 소비 및 물 사용 수준을 분석, ‘실제 에너지 사용량’ 대비 ‘예측 에너지 사용량’을 추산해 효율에 따라 건축물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인증을 국내도 도입하겠다는 것. 

실제 국토부는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오는 1월부터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받아 운영현황을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자문하는 ‘의료시설 에너지관리 지원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대한병원협회에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서 에너지공단 한승희 기후변화대응팀장에 따르면 정부는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산업부문에서 배출전망치의 20.5%를, 수송 부문에서 29.3%를, 건물 부문에서 32.7%를 줄여 예상치보다 2억860만톤 적은 양을 배출할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설계 등 주로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각종 에너지 저감제도들을 기존 건축물로 확대할 필요가 있었고, 다양한 기능과 복합적인 설비와 시설, 높은 에너지 사용량을 보이는 의료기관을 첫 대상으로 삼게 됐다고 설명했다.

◇ 핵심은 의료기관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문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설투자와 그에 따른 비용이다. 

에너지공단은 의료기관의 경우 24시간 365일 상시 운영되는 기관인데다 각종 시설과 첨단의료장비가 존재해 다양한 공간이 혼재돼 효율적인 운영가이드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로 인한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한 팀장은 “앞서 서울의료원과 전북대학교병원에 에너지 절약 운영가이드를 적용한 결과, 전기나 물 사용량이 특히 가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시설 개·보수 등의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만 3년이면 회복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부담을 가지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에너지 절감 모형을 구축하고 성과가 도출돼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먼 미래지만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스타와 같은 국가인증제 도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의료기관 시설관리 담당자들은 정부가 투자 없는 운영개선을 우선순위로 권장한다지만 당장 의료기관 내 전담인력을 편성, 조직을 정비하는 일부터 의료기관 내 의식 및 행태변화를 유도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참석자는 “시설관리자들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 등을 시행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비용은 든다”면서 “결과적으로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또 있다. 의료기관의 존재이유이자 첫 번째 고려사항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며 둘째는 환자의 회복이 원만히 이뤄지고 쾌적하게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인 만큼 에너지 저감정책과는 목표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참석자는 “병원은 환자를 위해 있는 곳이기에 환자가 불편하지 않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다시 말해 그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해야한다는 뜻”이라며 “얼마나 많은 경영진이 눈에 보이지 않을 변화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의료기관의 소극적인 반응에도 에너지공단은 적극적인 참여를 거듭 당부했다. 한 팀장은 “분명 의료기관의 본 목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이번 사업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영역이고, 간접적이지만 경영개선이 의료서비스 개선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분명 투자 대비 효과는 있다”면서 숙고해주기를 부탁했다.

사업에 참여했던 전북대병원 담당자도 “병원은 공장 다음으로 에너지를 다소비하는 건물부문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초기 병원 계획부터 마스터 플랜에 열원설비 계획 등을 잘 세워야한다. 향후에 개선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당장의 비용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고려해 설비도입을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여 조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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