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기방도령’ 신선한 설정과 진부한 주제의 충돌

[쿡리뷰] ‘기방도령’ 신선한 설정과 진부한 주제의 충돌

‘기방도령’ 신선한 설정과 진부한 주제의 충돌

기사승인 2019-07-04 07:00:00


기방 연풍각에서 태어나 자란 기방도령 허색(이준호)은 하라는 역관 시험 준비는 하지 않고 빈둥대기만 하는 골칫거리다. 우연히 만난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과 의기투합한 허색이 시작한 사업은 남자 기생. 뛰어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 가무와 서화까지 능한 남자 기생 허색은 여성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연풍각의 재정위기도 극복하게 한다. 하지만 정작 허색은 첫눈에 반한 양반가 규수 해원(정소민)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의 남자 기생 설정은 여러 의미로 시의적절하다. 오랫동안 반복된 여자 기생이 남자 기생으로 바뀌는 이미지만으로도 신선하다. 또 남자 기생이 유교 질서의 억압을 받으며 살고 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허색과 해원의 로맨스가 메인 주제로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남자 기생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허색의 모습은 영화가 애써 만들어낸 신선한 느낌을 완전히 지울 만큼 평범하다. 특별한 사건 없이 긴 시간을 끌고 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코미디와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빛난다. 배우 이준호,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등은 이야기의 재미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연기를 펼친다. 특히 등장만 하면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아역 배우 고나희의 발견은 ‘기방도령’의 큰 성과다. 15세 관람가. 오는 10일 개봉.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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