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지난 2009년 KBS에서 방영한 드라마인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배우 유선이 맞은 김복실이라는 캐릭터가 극중 간호사로 출연했다. 김복실은 드라마에서 틈만 나면 농땡이를 치는 대신 병원 청소부터 온갖 허드렛일, 심지어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캐릭터로 나와 간호사로서의 전문성이 느껴지지 않아 간호사 비하 논란이 일었다.
#장면2. 2017년 MBC에서 방영한 의학 드라마 ‘병원선’에서는 간호사 치마 논란이 일었다. 짧은 치마의 짙은 화장을 한 간호사의 모습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간호사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환자의 개인정보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위급상황에서 환자를 회피하는 모습 등 현실의 간호사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9일 방송예정인 SBS 새 금토 드라마인 ‘의사 요한’에서도 간호사에 대한 폄하 논란이 일었다.
포털사이트 및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온 캐릭터 설명에서 간호사들의 이름은 제외하고 ‘일명 홍간. 수다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아줌마’, ‘일명 나간. 접수처를 꿰차고 앉아 틈틈이 먹고, 먹다가 퇴근’ 등의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에 ‘의사 요한’ 시청자 게시판에는 “간호사는 물도,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가는 상황에 끝내 자살까지 연결되는 끔찍한 환경에서 일한다”며 “의사 뒤만 따라다니며 수다 떠는 간호사로 드라마에 비친다면 간호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다른 누리꾼은 “환자 이야기를 소문내는 일은 그저 이미지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의료법상 불법”이라며 “의사도, 간호사도 전문직이고 의료인이다. 의사가 하면 안 되는 일은 간호사도 하면 안 된다. 의사는 멀쩡히 일하는데 간호사는 왜 저런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한간호협회도 분노를 터뜨렸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간호사들의 이미지를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해 방송작가협회에 권고하기도 했었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간호사도 많지 않던 시기에 병의원들은 경영이 어렵다면서 무자격자를 채용해 식모살이를 시키면서 간호 업무까지 시키기까지 했었다”며 “이 때의 잘못된 인식이 나이가 많으신 분들한테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 전문직이 아닌 의사의 보조만을 하는 사람쯤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차이가 있지만, 방송에서는 똑같이 간호사로 불린다. 앞선 간협 관계자는 “드라마에서도 간호사와 일반 의원에서 안내해 주고 진료가 끝났을 때 처방전을 전달하는 간호조무사의 차이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간호사의 가장 고난도 일을 주사 놓는 것으로 알기도 한다”고 말했다.
간협은 간호사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 예정이며, 드라마 제작사에 항의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18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의사 요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조수원 PD는 “방송 전 간호사분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많이 미흡했다”며 “치밀하게 신경 써서 확인했어야 하는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방송 전에 충고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