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믿었더니 대금 5억여원 꿀꺽한 케어캠프 직원

[단독] 믿었더니 대금 5억여원 꿀꺽한 케어캠프 직원

관리소홀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병원… 그래도 계약은 그대로?

기사승인 2019-07-19 01:00:00

국내 매출규모 1위 진료재료 구매대행사(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GPO)이자 의약품유통시장 1위 기업인 지오영의 자회사 케어캠프(carecamp, 대표 조선혜)의 직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최근 산업스파이 혐의를 받은 직원과 이를 묵인하거나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를 향한 검찰조사가 시작된데 이어 병원의 진료재료 구매대행 업무를 담당한 직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A씨는 직접 관리해온 서울 B대학병원의 납품가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3년 간 5억여원의 대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진료재료 분야 GPO는 주사기 등 진료 전반에 사용되는 제품들을 대량·공동구매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의료기관이 직접 구매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확보한 후 수수료를 붙여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영업형태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병원의 경우 구매 후 납품에 재고관리까지 신뢰를 바탕으로 진료재료 수급실무 전권을 맡기는 경우다.

B병원이 여기에 해당됐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병원은 케어캠프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매부터 납품, 재고관리까지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제품 구매·관리 업무를 담당해온 직원 중 대다수를 타 부서로 분산 배치했다. 남은 직원들도 케어캠프 소속 A씨가 청구한 구매대금의 집행에 관한 업무를 주로 담당하도록 했다. 그 결과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다행이라면 병원 내부에서 횡령사실을 우연한 기회에 포착할 수 있었고, 소수의 고위경영진만이 사건을 공유하며 A씨가 사건을 은폐하기 전에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전해진 바에 의하면 병원은 3개월여간의 보강조사를 통해 횡령건이 A씨 단독행동이라고 결론내리고 관련 사실을 케어캠프에 전달했다.

사건을 전해들은 케어캠프는 회사 고위직을 파견,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사과와 함께 A씨가 편취한 금액 전부와 횡령이 이뤄진 3년여간에 발생했을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시는 유사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빠른 조치와 회사의 빠른 수습 때문인지 이들 간의 진료재료 공급계약은 유지됐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장 횡령 금액이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것부터 내부적인 조력이 없이 회사 직원의 단독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들이 많다는 것, 대행사 직원의 불법행동에 병원의 조치결과가 지나치게 회사 친화적이라는 점 등이다.

한 보건의약계 관계자는 “당초 5억원이 넘는다고 알려졌지만 병원과 회사가 합의한 금액은 4억3000만원 규모로 축소됐다”면서 “일각에서는 공금횡령액이 5억원을 넘어설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책임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금액을 축소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담당 직원이라고 해도 구매대행업체 직원 1명에게 전권을 주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병원은 거의 없다. 내부 조력이 없었다면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덧붙여 “(내부조사결과) 불법이 명확한 사건을 형사고소하지 않고, 사과와 피해액 변상 만으로 계약 또한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료기관과 GPO 관계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병원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나치게 크게 선처를 하지 않았나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병원도 케어캠프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는 않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케어캠프 직원의 단독행동이었으며 내부 직원과의 결탁이나 조력은 없었다”면서 “병원은 피해자일 뿐이며 불미스러운 사건인 만큼 피해금액과 이자를 돌려받는 차원에서 조용히 처리하기로 했다. 해당 직원의 징계도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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