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성과도 많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여러 개선사항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전 국민 건강보험 시행 3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전 국민 건강보험 시행 30주년의 발자취와 미래발전 방안을 논의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미래 발전상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강에 나선 문옥륜 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세종대왕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건강보험제도”라며 “선진국으로 이주해간 동포·교포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다 치료를 받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생각나고 최고라는 생각이 난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고 밝혔다.
문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사회보험 실시 이후 12년 만에 전 국민을 포괄·적용하면서 동일한 의료서비스 요구에 대해 동질적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로 아직 이를 성취한 국가가 손꼽을 정도로 적다고 주장했다.
또 건강보험제도의 성과로 ▲능력에 비례해 건강보험료 부담을 실현한 것 ▲국민 건강 수준 향상 ▲사회계층 간 건강 격차 감소 등을 꼽았다. 그는 “짧은 의료보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정교하게 마련된 모델은 아니다”라며 “그때그때 적절한 시범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고, 각종 의료공급단체의 도움도 컸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다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데 이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태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입자 본인이나 가족이 진료를 받을 때 공급자의 정보에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건보공단에서 건강보험료를 걷으면서 정보를 제공해 가입자가 기댈 언덕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필요가 없는 검사나 진료 등을 통해서 환자가 공급자를 불신하게 된다는 것. 공급자도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장성 강화의 방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로 인해 일반 병·의원에 가도 되는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다”면서 “상급의료기관에 몰리다 보니 중증 환자의 치료가 미뤄진다”고 지적했다.
교통편이 좋아지면서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지역별 건강 형평성이 해소됐지만, 심근경색이나 산부인과 질환 등과 같이 매번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에 대해서는 취약지도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 공급체계에서 필수의료의 정의가 필요해야 하는 데 그 부분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서 이사는 지적했다.
서 이사는 “간 경변과 같이 매일 복수를 빼야 하고 실제로 갑작스러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에 암이라는 글자가 없어서 본인부담률이 높은 일도 있다”며 “거시적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미시적이고 세밀하게 봐야 하는 것도 많다. 지자체의 만성질환 관리, 병원 간 불균형 등과 함께 사회 구조의 변화에 대해 건강보험제도가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입자로서 봤을 때 건강보험제도가 시민적인 통제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정책 결정 방식에서 공급자나 산업계 측에 치우친 결정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건강보험에서 가입자가 공급자·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민주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자는 지금 징수집단에 불구하다”며 “가입자 대리인의 역할을 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도 통제해야 하는데 둘 다 부족하다. 현재 의료중심의 건강보험제도 구조에서 복지나 돌봄 중심의 방향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