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경기 과천에서 잇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주 후분양제로 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에 달하면서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났다. 또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위치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적정 분양가를 두고 시민단체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과천 푸르지오 써밋’ 일반분양분 506가구에 대한 지역 거주자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총 305가구가 미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급 가구 수 대비 청약자 수가 많은 타입은 2가구 공급에 20명이 청약한 전용 84㎡D(경쟁률 10대1)과 1가구 공급에 6명이 도전한 84㎡F(6대1) 뿐이었다. 84㎡D의 경우 공급가구수와 청약자가 각각 3가구, 3명으로 동일했다. 나머지 15개 타입에서는 공급 대비 청약자 수가 적었으며 일부 대형 평형에서는 단 한명도 청약에 나서지 않았다.
이같은 성적은 지난 5월 청약을 진행한 과천 자이(과천주공 6단지 재건축)와 비교해 봐도 부진한 수준이다. 당시 과천자이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는 676명 모집에 518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17개 가운데 미달 주택형은 절반 수준인 8개였다.
시장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 비싼 분양가를 꼽았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3998만원에 달했다. 후분양제로 분양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인근 시세와 비교했을 때 비싼 수준이다. 과천자이(3253만원)만 해도 분양 일정은 두 달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분양가는 745만원이나 올랐다.
실제 견본주택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적격자가 많았을 것 같다. 과천은 좋은 지역이라 2순위 등에서 순차적으로 물량 해소가 될 것”이라면서도 “평당 4000만원은 좀 비싸긴 하다”라고 지적했다.
과천에서의 대우건설 고분양가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금호·태영)은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1호 분양단지인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분양 일정과 방법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과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가 분양가를 당초 대우건설 측이 제시한 것보다 15% 가량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시에서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평균 2205만원이었고, 대우건설 측은 2600만원 대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분양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임대 후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임대 후 분양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혹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분양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공공택지 목적 자체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 내 분양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최승섭 부동산감시팀장은 “고분양 되면 주변시세가 오르고, 여기에 새 아파트는 또 고분양 되어버리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며 “과천은 워낙 당해통장이 적었음에도 미분양이 난건 고분양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택지 목적 자체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점에서, 여기서 분양하는 단지는 당연히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각의 저렴한 분양가로 인한 로또청약 우려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급부에서는 항상 로또청약을 얘기하지만, 그럼 고분양가로 인해 건설사가 누리는 수익은 로또가 아닌가”라며 “당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겠지만, 적정 수준의 분양가를 가진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주변 시세가 안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