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에만 매진했던 건설사들이 새로운 일감 확보에 나섰다. 당장 다음주 예고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와, 수많은 주택건설사가 한정된 택지를 놓고 벌이는 과열된 경쟁체제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중 무역관계는 해외시장까지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주택건설사들은 신사업 발굴을 통해 단순 시공뿐만 아니라 기획·개발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로써의 역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외 현장에서 디벨로퍼(부동산 종합개발사업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벨로퍼란 그동안 건설사들이 해왔던 단순 시공뿐만 아니라 임대, 관리, 리모델링 등 부동산 후방산업 육성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HDC현산은 기존 단지 단위의 개발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 도시로 개발 관점을 확장하고 있다. HDC현산은 서울 용산 내 개발사업을 연달아 진행하며 타운비즈니스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HDC현산은 최근 용산구와 용산병원부지 개발사업의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65-154번지 일대 1만948㎡의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부지 내 용산철도병원 본관은 기부 채납하여 지역사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고 잔여부지에는 아파트,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주거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최근엔 레저 분야로까지 발을 넓히고도 있다. 앞서 HDC현산은 한솔개발로부터 오크밸리 경영권을 인수하며 레저사업 부문에서의 역량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솔오크밸리는 원주에서 골프장과 리조트·스키장 등을 운영하는 중견급 레저업체다. 그동안 HDC현산은 자회사 호텔HDC를 통해 파크 하얏트 서울, 파크 하얏트 부산과 속초 아이파크 콘도 운영을 해왔다.
이와 함께 이미 분양한 지역별 거점 아파트 단지 인근 잔여 토지를 개발해 소규모 쇼핑센터 등 상업시설을 짓고 임대·관리하는 NCS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부영과 호반건설도 레저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영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호텔과 콘도미니엄, 유스호스텔 등이 있는 복합 종합관광단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영주택의 자회사인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그동안 주택사업에만 의존했던 호반건설도 종합건설, 레저, 유통, 금융업 등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호텔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여의도사옥을 허물고 지은 ‘여의도 글래드 호텔’을 시작으로 서울 마포, 제주 등 전국에서 호텔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올 초에는 호텔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오라관광’의 사명을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로 변경하고 사업 확대 의지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수주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 해외 수주 시장이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산업에 문을 두드리는 건설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은 정부의 규제 여파로 수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해외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IMF 이후 주택 호황기를 맞아 급격히 늘어난 주택건설사들은 현재 부족한 택지와 과열 경쟁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맞았다”며 “과거 경제가 한창 부흥할 때 토목 중심 건설사들이 호황을 이루다가 사라진 사례가 있는 만큼, 현재 주택건설사들도 통폐합되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일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