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두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의견차가 반년 넘도록 좁혀지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최근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재조성에 대해 착공 연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반발한 서울시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를 공개 비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으로,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줄이고 광장 규모를 3.7배로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광화문광장, 어떻게 바꾼다고=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1600만 시민이 촛불을 들고 모인 광화문광장을 역사·문화거리로 복원하고 광장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삼기 위한 사업이다.
광화문광장은 그간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 개장 이후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과 ‘역사성 미흡’이라는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공간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어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부터 광장의 구조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당시 정부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공약으로 추진해온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는 정책은 서울시가 추진해온 사업과 맥을 같이했다.
◇순풍에 돛 단 배인 줄 알았으나=사업 진행은 쉽지 않았다. 앞서 1월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줄이고 광장 규모를 3.7배로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공개했다. 당선작에는 ▲이순신 장군 및 세종대왕 동상 이전 ▲광장 바닥에 촛불집회 이미지 적용 ▲GTX A노선에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연결 ▲지하광장 조성(광화문~시청~을지로~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이 담겼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에 대해 반대했다. 행안부는 입장 자료를 통해 “사업 내용에 포함된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포함 문제는 행안부와 합의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공공건물로서 기능 상실 ▲청사 내 차량순환 불가 ▲청사 일부 건물·부지 침범 등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갔다. 변경안에는 행안부가 문제 삼은 사직로의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양 기관은 광장 조성사업으로 편입되는 청사 토지 및 건물에 대해 충분한 대체 토지 및 시설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키로 협의된 듯 보였다.
◇“서울시와 합의된 것 없다”=재개되는 것 같던 사업은 다시금 엎어졌다. 지난달 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같이 말한 것. 또 행안부는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민과 시민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대표성 있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며, 이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서울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행안부 의견을 경청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해 실무적인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행안부가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행안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시민들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소통해 사업을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영 행안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