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9번째 부동산 대책을 꺼내 들었다.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관련 대책은 지난 9·13대책 이후 약 11개월만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세로 전환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시작된 집값과의 전쟁=집값과의 전쟁은 지난 2017년 6·19대책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해당 대책에는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조정대상지역 내 청약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강화 등이 담겼다.
같은 해 8월 정부는 초고강도 대책인 8·2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마련됐다. 세부적으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재개발 규제 정비 ▲양도소득세 강화 ▲LTV·DTI 금융규제 강화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 ▲특별사법경찰제 도입 등이 담겼다.
이후 정부는 10월, 11월, 12월 순차적으로 추가 대책을 냈다. 우선 10월 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는 ▲신(新) DTI 도입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조기 도입 ▲가계부채 증가율 8% 이내 관리 ▲부동산 임대업자 규제 강화 ▲부실가구 및 생계형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 등이 담겼다.
11월 29일에는 ‘사회통합형 주거 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저소득 생애주기별·계층별 주거지원 방안이 마련됐다. 또한 향후 5년간 공적지원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 등을 수립했다.
12월 13일 정부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혜택 등을 통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전세금반환보증 활성화 등 임차인 권리 보호 강화 등을 주요 내요으로 하고 있다.
◇2018년, 공급확대 위주로=지난해에는 신혼부부 및 청년들의 주거지원방안을 담은 7·5대책과 수도권 내 30만호 주택공급을 골자로 하는 8·27대책이 발표됐다. 그리고 8·2대책을 잇는 또 한번의 고강도 대책이란 평가다.
우선 7월 5일 발표된 대책은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의 연장선상의 내용이 담겼다. ▲신혼희망타운 10만호 공급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등 주거로드맵의 신혼·청년 지원 프로그램 확대·구체화가 이뤄졌다.
8월 27일에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및 투기지역 지정이 공표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수도권 내 30만호 이상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공공택지 30여 곳을 추가 개발할 것을 약속했다. 또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추가 지정했다.
이와 함께 이전 규제보다 강력한 9·13대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3주택이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는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3.2% 중과키로 한 것. 또한 세부담 상한을 150%에서 300%로 상향조정하고 3억~6억원의 과표구간을 신설했다.
이어 9·13대책의 후속조치로 10월 12일에는 무주택 실수요자 우선 공급 등을 위한 주택공급제도 개선을 입법예고했다. 분양권소유자도 무주택자에서 제외시키고 추첨제를 통해 공급하는 아파트의 경우 무주택자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2019년, 11개월만 새 정책=국토부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세로 전환한 데에 따른 것이다.
개선안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요건을 완화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신청분’부터 적용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전매제한기간 확대(최대 10년) ▲전매제한기간 내 매각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우선매입 활성화 등이 담겼다.
분양가상한제 실효성 강화 및 후분양 기준 강화도 마련됐다. 세부적으로는 ▲거주의무기간 도입(수도권 공공분양→수도권 공공택지·민간택지) ▲공공기관 전문성을 활용한 분양가 타당성 검증체계 강화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아파트 후분양 건축공정 기준 강화 등이 적용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같은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발표할 거라 내다봤다. 또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과반수가 공급이 아닌 규제책이라며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3분의 2 이상이 규제책이다. 공급책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시장은 경제 규모의 14~15%를 차지하는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이처럼 규제책을 우선 내놓고 시장상황을 판단하려 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욱 침체기를 맞이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은 공익과 사익의 조화가 필요한 시장이다. 결국 둘 중 무엇을 우선시 하냐의 차이인데 현 정부는 공익을 우선시한다"며 "정권의 성격으로 봤을 때 남은 임기동안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신규 및 기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들 대기하면서 전세수요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