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의 5G B2C 시장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AR·VR 체험 뿐 아니라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클라우드 게임에 진출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의 5G 콘텐츠 격전지로 클라우드게임이 떠오르고 있다. 초기 5G 콘텐츠 전쟁이 ‘즐길거리’로 AR·VR 시장을 공략했다면 최근엔 ‘즐길거리’와 ‘대중화’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분야를 타깃 삼았다.
클라우드 게임은 모바일∙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높은 국내 게임 시장은 물론, 그동안 콘솔 게임이 강세였던 선진국 게임 시장의 판도까지 급격히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 4월말 발표한 리포트에서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가 지난해 3억8700만 달러(약 4700억원)에서 2023년 25억 달러(약 3조400억원)로 6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기기에 게임을 내려받거나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 연결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서버 자체에서 게임이 구동되는 만큼, 저사양 기기에서도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지닌 5G 등의 통신망만 있으면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통사들의 클라우드게임 진출은 5G의 강점인 초고속‧초저지연을 내세워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클라우드게임 ‘지포스나우’를 선보이겠다 밝힌데 이어, SK텔레콤은 지난 4일 MS와 함께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를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KT는 아직 클라우드 게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글로벌 IT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시장 진출 시기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은 컴퓨팅 처리가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고 입출력은 스마트폰 또는 PC로 진행되기 때문에 5G 네트워크의 특징인 초저지연성을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라며 “특히 고사양의 게임에는 입력과 동시에 캐릭터가 반응하도록 레이턴시가 짧아야하는데 이통사들이 5G 콘텐츠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차원에서 클라우드게임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 콘텐츠 경쟁력 확보 위해 글로벌 기업과 손잡는 이통사들
관건은 이통사들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게임을 제공하느냐'다. 이통사들이 직접 게임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글로벌 게임 콘텐츠 플랫폼들과 손잡은 이유다.
SK텔레콤은 MS의 콘솔 ‘엑스박스’의 고화질∙대용량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설치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엑스클라우드'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클라우드’의 한국 내 독점 사업 운영 파트너로 활동한다. 양사는 SK텔레콤의 5G 리더십 및 네트워크 경쟁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인프라 및 기술 역량을 결합,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 공동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10월부터 SK텔레콤의 5G-LTE 고객 체험단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타사 가입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가 손을 잡은 파트너는 글로벌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다. SK텔레콤이 '엑스클라우드'를 발표한 날, LG유플러스는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공식 출시하고 오는 10월 31일까지 무료 체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포스 나우’는 PC 게임 플랫폼 중 압도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스팀과 연계해 게임을 제공한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국내 대표 게임쇼, 지스타에 출전해 게이머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지포스 나우’는 9월 중 국내에 출시되지만 LG유플러스 5G 가입자가 아닌 이용자에게는 10월 31일부터 열린다.
MS와 엔비디아는 각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손잡은 이유로 '5G 통신망 때문'이라고 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SK텔레콤과 손잡은 이유 ▲뛰어나고 안정적인 5G∙LTE 네트워크 ▲100만명 이상의 5G 가입자를 포함해 국내 최대 이동통신 가입자 보유 ▲첨단 ICT 분야에서 보유한 원천 기술과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공적 운영경험 등을 꼽았다.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클라우드 게임은 통신망의 끊김이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5G 통신망을 구축한 LG유플러스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클라우드게임 주 수익모델이 될 '구독료'가 얼마에 측정될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윤을정 애널리스트는 9일 SK텔레콤의 클라우드게임 진출에 대해 “기본 서비스 상품 (플랫폼 only)과 패키지 상품(플랫폼+게임 내 유료콘텐츠)으로 나누어 제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로 실내에서 이용하는 게임의 특성상 5G 커버리지가 인빌딩으로 확대될 때까지는 5G와 LTE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실제 LTE 사용자들은 이번 이통사들의 클라우드게임 체험 기간 동안 기가와이파이를 사용하면 가능하도록 적용할 예정이다. LTE 사정이 좋거나 와이파이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초기엔 LTE 사용자와 같이 쓸 수 있도록 그 수준에 맞춘 게임 중심으로 출시되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5G가 실내 포함 전국망을 구축하게 되면 5G로만이 가능한 게임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