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마 네 꿈은 뭐니? 네 꿈은 겨우 그거니!'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中) 처음엔 아무도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UN 연설.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여러분 자신에 대해 목소리를 내세요. 자신에 대해 말함으로써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21세기 비틀즈'...이들을 수식하는 말도, 이들이 이뤄낸 일도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는 지금 '방탄소년단 신드롬'을 앓고 있다는 것.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의 행보. 그만큼 이들의 성공에 대한 분석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쉴 틈 없이 이름 앞에 '최고'와 '최초'가 붙는 이들에 대해 논하기 위해선, 팬덤 '아미'(Army)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팬덤 '아미'를 중심으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3부작' 탄탄한 서사…뜯어보며 즐기는 창작물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꼽는 것은 '서사성'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 학교 시리즈 3부작을 통해 10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룹의 힙합적인 팀컬러와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후 영화 ‘화양연화’(감독 왕가위)에서 영감을 얻어 ‘화양연화' 시리즈를 기획해 청춘의 불안과 아름다움을 풀어냈고 이후에도 '윙스'(WINGS),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등의 시리즈를 발표하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구축해나갔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다가갔으며 이에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대하듯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을 분석하며 그들의 철학적인 음악을 즐기게 됐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흙수저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하나의 시리즈를 발표할 때마다 인기를 얻고 성장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방탄소년단 팬임을 자청한 아미 A 씨(26·직장인)는 "처음 방탄소년단에 입문한 계기는 음악과 퍼포먼스였으나 더 깊게 팬이 된 요소는 음악의 서사성이었다"며 "앨범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이전 앨범과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느낌이 좋았고 또 그 서사가 다른 2차 창작물, 예를 들어 '네이버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웹툰' 등으로 재생산하기 좋아서 팬들에게는 팬활동을 하기 편한 소재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 소통으로 시작된 스타-팬 상호작용
방탄소년단의 SNS 활용을 통한 성공사례는 팬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다. 이들은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SNS와 유튜브 자체 콘텐츠를 통해 팬들과 소통해왔다.
이를 통해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자연스럽고 새로운 모습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또 브이앱라이브 등은 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줬다.
또 한명의 팬 아미 B 씨(25·학생)는 "처음 팬이 되면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다 보려면 몇 달은 걸릴 정도다. 16년 동안 여러 아이돌을 좋아해왔지만,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이토록 활발하게 소통하는 아이돌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라며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피드백도 상당히 바로바로 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소통이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만들었고, 이에 팬들이 가수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했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실제로 아미는 방탄소년단이 '여혐(여성 혐오) 가사 논란'에 부딪혔을 때나 일본의 우익 작사가와 협업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앞장서서 기획사에 정정을 요구했다. 앞서 B씨가 언급했듯, 이에 소속사 또한 빠르게 피드백을 내놓았다는 점이 그들의 활발한 소통을 대변해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아미는 굉장히 독특한 팬덤이다. 과거의 팬덤 구조는 스타와 팬이 기획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 스타와 팬의 관계는 과거와 다르다. 지금은 아미가 자발적으로 구체적 사안을 나서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의 가사가 잘못됐다' 하면 직접 지적해서 방탄소년단을 변화시킨다"며 "이는 추종 관계가 아니라 같이 성장해나가는 팬덤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모양새다"라고 평했다.
◆7인 7색…골라서 '덕질'하는 재미
아이돌 그룹 팬들은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악성 개인 팬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각자의 강한 캐릭터와 능력치를 갖고 있어 팬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선사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되면 주기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돌아가면서 바뀐다는 말은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리더 RM은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갖고 있으며 수려한 외모의 진, 고운 미성의 지민, 그리고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슈가, 다재다능한 정국, 뛰어난 댄스 실력의 제이홉, 연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뷔 등 각자가 가진 색다른 매력은 팬들로 하여금 활발한 '선택형 덕질'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많은 K-팝 그룹들의 멤버 구성을 살펴보면 비슷한 멤버들로 이뤄졌다기 보다 각자의 역할과 개성이 뚜렷하다"고 평하며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특히 음악을 통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개성과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이의 가치, '합'이 좋은 아이돌.
개인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돌 그룹은 함께일 때 더욱 빛나는 법이다.
방탄소년단은 무대 위에 섰을 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댄스 실력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부족한 일명 '양 날개' 멤버인 RM과 진을 항상 무대 뒤쪽에 배치하고 대신 메인 댄서 멤버들을 내세워 완성해내는 무대가 그 예다.
또 무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 일상 콘텐츠를 통해 팬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에서도 편안하고 비수직적인 관계를 띤다. 리더 RM과 맏형 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95년생 동갑인 '95즈' 뷔와 지민, '솝므' 슈가, 제이홉 등은 친밀하고 서로 의지하는 끈끈한 관계임을 드러내기도 한다.
A 씨는 "방탄소년단은 매년 데뷔 일을 기념해 '페스타'라는 축제를 연다. 그때 올리는 게 보이는 라디오 형식의 '꿀에펨'(FM)인데, 거기서 자기들끼리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화나 서로의 별명 등을 말하는 걸 보면서 '서로 친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 같이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겪어서 유대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 모두 '한국인 출신'…팬들의 프라이드
방탄소년단이 K-팝의 세계화에 일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나 이들은 K-팝적인 요소 중 지속적으로 음악을 통해 '한국성'을 강조해왔다. 2017년 발표한 '봄날'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건인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를 붙였고 2018년 발표한 '아이돌'(IDOL)에서는 가사에 사투리를 녹여내거나 뮤직비디오에 사자탈을 등장시키는 등 전통적인 이미지를 묘사했다.
B 씨는 "우리나라 문화를 촌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K-팝 아이돌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알리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멤버 구성에 대해 "아이돌 그룹에 다른 나라 멤버들이 있으면 소속사와 분쟁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방탄소년단은 그런 일이 없어서 좋다"며 "멤버 전부가 한국인이기에 이들의 세계적인 성공이 더욱 자랑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